‘뽑아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의 반댓말은?
당선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는 방법
‘일단 필요한 일을 할게요. 아직 뽑아주시지는 않았지만요’입니다.
당선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깨닫게 됐습니다.
성남시민 인터뷰 첫 상대는 직장인 친구 B였습니다. B는 제 직장 동료였는데, 알고 보니 저희 둘은 같은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동갑이더라고요. 같이 일할 때 워낙 탁월한 동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B가 생각하는 성남의 문제와 성남시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건물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경사로가 있어야 진입이 가능하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야만 원하는 층에 도달할 수 있어. 그리고 이런 정보를 사전에 알아야 대비를 하거나, 접근성이 더 좋은 건물로 목적지를 변경할 수도 있고. 그런데 ‘건물의 접근성 정보’는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구글 맵 그 어디에도 정리되어있지 않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B는 대안으로 ‘맛집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확인한다고 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사진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B가 말하기를, “성남시청은 건물 설계도 같은 거 다 갖고 있을 테니까 그 자료 정리해서 네이버, 카카오에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
오! 맞는 말입니다. 찾아보니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 사용자, 계단 오르기 힘든 70세 이상 노인을 합치면 약 13만 명으로 성남시 인구의 14%입니다.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입니다. “정말 중요한 사회 문제다. 혹시 당선이 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구나”라고 말하다 퍼뜩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이거, 당장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성남시에는 상가 건물이 9,000개쯤 있습니다. 이대호와 친구들이 힘을 합쳐 누구나 건물 접근성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성공한다면 한두 달 안에 대부분의 건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을 공개하면 13만 명의 시민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셈입니다. 그걸 본 어떤 유권자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오! 이거 괜찮은데?”
제 전략은 친구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저는 문제를 찾고 ‘판’(프로젝트)을 만듭니다.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친구가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 과정 자체가 저의 홍보 캠페인이고 정치입니다. 정치란 ‘사회 문제 해결’인데, 이렇게 하면 선거에서 뽑히기 전에도 유의미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듭니다. 뽑아줘야만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말처럼 쉽게 될까요?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분량이 초과됐네요. 그 이유는 다음 편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며칠 기다려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