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어? 내가 왜...?” (1부)

팀 꾸리기 이야기 1부

"너, 내 동료가 돼라", “어? 내가 왜...?” (1부)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 출마를 결심한 건, 사실 ‘좋은 팀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생에서 많은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복은 (여러분 같은)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된 것입니다. ‘딱 두 명만 공동창업자로 꼬시면 된다. 그럼 내년 성남시장 선거를 완주할 수 있다’는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꼬시기: 콘텐츠, 캠페인 기획을 두루 잘하는 친구 ‘수’

선거 캠페인은 제품(서비스) 기획,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을 아우르는 작업입니다. ‘수’는 3개 분야에 두루 경험이 있고, 초기 단계의 서비스를 영향력 있는 단계로 성장시킨 이력이 있습니다. 함께 일해본 경험도 있어서 ‘서로 안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지 않았습니다. ‘누구랑 일하지?’라는 질문과 동시에 동갑내기 친구인 ‘수’가 떠올랐습니다.

‘수’와 만나 본격적으로 선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상보다 더 공감대가 컸습니다. 경제적 양극화, 기후변화, 성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비슷했습니다. ‘수’가 저보다 더 과감한 편이기는 했지만, 지향은 같았습니다. 또 둘 다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 그걸로 충분히 윤리적인 삶일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면 치열해서 외려 편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비는 제갈공명을 세 번 찾아가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저는 20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도 ‘수’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뛰어난 친구인 ‘수’에게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더 좋은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제안들도 점점 구체화됐습니다. 그러자 저의 제안보다 다른 제안이 ‘수’에게 더 좋은 기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조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두 번째 꼬시기: 치밀한 분석과 체계적 정리의 달인 ‘박’

저는 ‘다양한 관심사’와 ‘치밀한 이해’가 상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을 만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박’은 관심사도 다양한데 대부분의 내용을 매우 자세하게 파악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합니다. 법학 연구자이면서 국회와 정부에서 일한 경험도 있는 친구입니다. ‘박’과 일하면 공약과 캠페인 계획에 빈틈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박’은 직장을 관둔 상태였습니다. ‘박’에게 고민이 있다고 이야기해서 (하필!) 여의도에서 만났습니다. 바삭한 가라아게에 시원한 하이볼을 마시면서 함께 해보자고 꼬드겼습니다. 보수적인 ‘박’은 ‘나보다는 OOO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지만, 하이볼을 몇 모금 들이키자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정치를 하면 좋을지’에 관한 자기 생각을 약 47분간 이야기했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협상이고 절충인 것 같다. 그런데 상대를 모욕하면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상대를 모욕한 적이 없어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는 걸 목표하면 좋겠다”, “개인보다 팀이 강하다. 후보 개인이 아니라 팀을 보여주는 캠페인이면 더 설득력이 있겠다” 등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결국 헤어질 때쯤 ‘재밌을 거 같은데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박’이 말했습니다. 얼마 뒤 ‘박’은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관 채용에 합격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축하했습니다.

꼬시기 실패 경험을 창업한 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공동창업자 구하는 게 참 어렵네, 너는 어떻게 해냈어?’라고요. 그랬더니 “무조건 무릎 꿇고 너밖에 없다고 해야돼! 네 코가 석잔데 뭘 새로운 길 가는 걸 응원을 해주고 축하를 해줘! 답답하네 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제 제안이 상대방에게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잘 권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창업한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변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아직 세 번째 꼬시기 이야기를 못 했는데 분량이 끝나버렸네요! 세 번째 꼬시기 상대인 ‘훈’을 꼬시지 못한 원인은 ‘수’, ‘박’의 경우와 좀 달랐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이어나가도록 할게요.

며칠 뒤에 뵙겠습니다!

이대호 드림.

하이볼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보통의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