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퇴사자가 생각하는 타다 200만 유저 달성의 의미

승객을 차별하지 않는 택시의 등장, 위기, 극복

타다 퇴사자가 생각하는 타다 200만 유저 달성의 의미

이번 주 타다가 이용자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까지 일했던 회사 일이라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생각해볼 만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타다 200만 유저 달성이 갖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써보겠습니다.

택시 시장의 오래된 문제

택시는 전통적으로 승객을 차별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외곽에 사는 사람은 잘 태워주지 않고 도심에 사는 사람은 태웁니다. 먼 거리는 태우고, 가까운 거리 가는 손님은 거절합니다. 중년 남성 승객은 듣지 않을 말을 젊은 여성 승객은 들어야 합니다. 휠체어 사용자는 대부분의 택시를 탈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택시비를 내고도 어떤 사람들은 더 나쁜 서비스를 이용해왔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돈 되는 손님’만 골라 받는 것이 이득입니다. ‘돈 되는 손님’은 단시간에 장거리를 가는 손님입니다. ‘돈 안 되는 손님’을 열심히 받아도 ‘돈 되는 손님’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택시기사는 다른 기사에게 ‘돈 안 되는 손님’을 넘기고 ‘돈 되는 손님’만 받는 것이 유리한 게임을 합니다.

둘째, 택시기사는 피드백이 없는 환경에서 일합니다. 대부분의 사회인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발전합니다. 타인의 장점을 모방하고, 단점을 반면교사 삼습니다. 동료의 비판이나 칭찬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바꿔 갑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늘 혼자 일합니다. 40년 지기 동료에게도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일이 없습니다. 승객은 불만이 있어도 보통 말하지 않습니다. ‘취객의 분노와 행패’ 같은 것이 유일한 피드백입니다.

승객을 차별하지 않는 택시의 등장

그랬던 택시 시장에 정해진 요금만 내면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타다가 등장합니다. ‘바로 배차’로 누구나 태우고 어디든 갑니다.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동일하게 응대합니다. 타다 금지법 이후 아쉽게 중단했지만,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별도 차량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타다가 (1) 자원의 효율적 정렬 (2) 피드백 환경 조성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1) 자원의 효율적 정렬이란 차량, 드라이버, 운영 시스템을 짜임새 있게 연결해서 효율성과 사업성을 높였다는 뜻입니다. 타다 베이직은 회사가 차량을 직접 렌트하고,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모집해 시간당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이 시스템 내에서 드라이버는 ‘돈 되는 손님’만 가려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매출과 무관하게 시간당 대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돈 되는 손님’을 고르려고 대기하는 시간을 없애 운행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피드백 환경 조성이란 이용자가 드라이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입니다. 응대 가이드를 만든다고 해도 드라이버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드라이버는 평가 시스템으로 ‘칭찬 메시지’와 ‘불만 의견’을 받습니다. ‘칭찬 메시지’를 보면서 ‘사람들이 나의 이런 행동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면 그 행동을 더 열심히 합니다. ‘불만 의견’을 보면 기분이 나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런 게 문제가 되나?’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와 극복

작년 상반기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 후 예정됐던 투자들이 무산되어 회사는 카니발로 운영하던 ‘타다 베이직’을 중단했습니다. 저는 당시 회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이번 주, 타다는 200만 이용자를 돌파합니다.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 서비스’라는 DNA를 지키면서 ‘타다 베이직’의 빈자리를 새로운 서비스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소나타, K5급으로 운영하는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고, 고급 세단 택시인 타다 프리미엄을 타다 플러스로 개편했습니다.

타다 베이직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면허를 가진 분들이 플랫폼으로 들어오시도록 해야 하는데, 면허 소유자가 가진 선택권이 많았습니다. 타다의 경쟁사들도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과 실행을 꾸역꾸역 반복한 끝에 타다 차량은 1,300대를 넘었습니다.

타다가 혁신이냐는 질문

한때 ‘타다가 혁신인가?’ 하는 질문이 유행이었습니다. 저는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며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위 질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다가 혁신인지 여부보다는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요.

큰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타다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승객을 차별하지 않는 서비스’를 지향하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타다는 비영리사업이 아닙니다. ‘좋은 서비스’는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지만, 결과적으로 수십 년 동안 ‘택시가 승객을 차별하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타다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은 ‘이 서비스가 그동안 차별받았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들면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공동체에 기여하는 회사, 사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열심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