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린다는 ‘친구와 정치 얘기하기’의 즐거움

성남시민 인터뷰 (1)

모두가 말린다는 ‘친구와 정치 얘기하기’의 즐거움

저는 요즘 성남에 사는 친구들에게 자꾸 만나자고 연락합니다. 성남 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서인데요. 나중에는 처음 뵙는 시민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표지만, 우선은 제 어릴 적 동네 친구, 학교 친구, 과거 직장 동료들을 먼저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K 그리고 L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난 둘은 얼마 전 결혼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제 아지트로 초대해 다같이 치킨 두 마리에 쟁반 짜장까지 남김없이 비우고 다같이 바닥에 드러누워 도란도란 ‘정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막내아들의 환갑잔치

L은 성남의 한 은행에서 일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의 창구로, 평소에도 종종 소일거리 보러 오시던 90세 할아버지 고객이 500만 원을 인출하러 오셨다고 합니다. 고령의 고객이 고액의 현금을 찾는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의 용도를 묻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우리 막내아들이 내일모레 환갑잔치를 해서 용돈 좀 주려고 그래.”

할아버지 고객의 대답에 L이 느꼈던 감정은 ‘불안’이었다고 합니다. 기대수명 100세를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형편과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모의 그리고 자신의 노후를 걱정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L, K, 저뿐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을 포함합니다. 즉, 노후 ‘생활의 질(quality of living)’에 관한 고민은 고령 인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랜 친구인 L과 저는 정치적 의견이 다를 때도 많지만, 이 문제에서는 공감대가 컸습니다. 21세기 한국 실정에 맞는 ‘K-노후’는 우리 세대가 주도적으로 고민해서 기획할 일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성남FC 전용구장 만들기

스포츠를 좋아하는 K는 성남FC에 전용구장이 생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종종 경기를 보러 갔는데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라서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성남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탄천종합운동장은 경기장을 육상트랙이 둘러싸고 있어 관중석과 경기장 간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박진감이 떨어집니다.

2019년 대구FC는 12,4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완공했습니다. ‘선수들 숨소리까지 들린다’는 이 구장이 만들어지고 대구FC의 인기는 치솟았습니다. 경기장 가면 박진감 넘치고 재밌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중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에는 표가 없어서 못 가는 정도가 됐습니다. K는 성남FC도 그렇게 못될 것이 없다며 축구 전용구장을 만드는 공약을 연구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친구들이 두고 간 귀여운 화분

세간의 걱정과는 달리(ㅎㅎ), 친구들과의 정치 이야기는 이렇게 유익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용기를 내어 처음 뵙는 분들,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이 없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더 만나 뵙고 싶습니다. 유권자와의 대화가 폭신하고 산뜻하다는 건, 제가 아직 ‘안전지대’ 안에 머물고 있다는 뜻인 것 같으니까요. 우선은 친구 L의 추천을 따라봐야겠습니다.

“오후 2시쯤 은행에 한번 가봐. 아무래도 돈이라는 게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보니, 은행에서는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특히 대출 창구를 잘 살펴봐. 여러 동네를 다녀 보면 많은 걸 알게 될 거야.”

며칠 뒤에 만나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