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정부가 그를 지킬 수 있었을까?
지난주 성남시에서 40대 네이버 직원 한 분이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이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 정치인이 됐습니다. 일터에서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저는 우선 두 가지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접근성 높은 외부 지원기관 만들기
네이버는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전담 상담 센터를 운영합니다. 그러나 이 센터는 고인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고인이 상담 센터를 이용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인을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되는 인물은 COO의 측근이며 고위직급자였습니다. 이런 경우 공정히 잘 처리해줄 거라는 신뢰를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경미한 사안은 사내 고충 처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고위 직급자인 경우나 회사 내에 시스템이 없는 경우에는 외부 기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특별한 조치 없이 넘어간 이유로 ‘도움 청할 곳이 없어서(19.5%)’, ‘방법을 몰라서(12.2%)’라고 답했습니다.
외부기관의 핵심은 ‘접근성’입니다. 지금도 노동청이나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제 직장 경험을 생각해보면 노동청, 사법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괴롭힘이 애매한 경우도 많고, 사법기관에 도움을 청하면 큰 소란이 벌어져 난처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2. 피해자를 도울 조력자 양성
조력자란 피해자를 돕는 동료 직원입니다. 피해를 겪고 있을 때 정서적인 지지와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동료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직장 내 고충 처리 시스템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본 사람들 대부분이 상급자의 지지(44.7%), 동료의 지지(37.9%)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조력자는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1) 피해자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괴롭힘 피해자 다수는 애써 피해를 외면합니다. ‘내가 일을 못 해서’, ‘팀장님이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라고 합리화합니다. 이럴 때 ‘네가 겪은 건 괴롭힘이야’라고 말해줄 친구, 속으로만 끙끙댈 때 ‘힘들지 않아?’라고 물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2) 피해자를 지지하는 역할입니다. 문제 처리 방법을 같이 알아봐 주고, 고민을 상담해주고, 필요하면 목격자로 증언하는 일입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충 처리 절차를 밟아 본 사람의 39%는 동료 또는 하급자의 지지, 지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좋은 조력자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뭔가 도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서 조력자를 양성하면, 불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곳곳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 역할을 이들이 해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네이버 본사 1층에 설치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분향소를 지키는 동료 직원들을 보며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폭력으로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게 된다면 더 고통스럽고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일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