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할머니 이야기

노인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정의로운 할머니 이야기

“혹시 저희 어머니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어느 날 정효준 씨(🕵️‍♀️, 가명, 68세, 여성)는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지인인 A 할머니의 딸(👩‍⚕️)로부터 온 전화였습니다. A 할머니(🤷‍♀️)는 정효준(🕵) 씨가 사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미화원입니다.

A 할머니(🤷‍♀️)는 아파트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왔습니다. 미화원 조장인 B 할머니(🧛‍♀️)가 문제였습니다. B 할머니(🧛‍♀️)는 임의로 지각비, 결석비를 걷어 자신이 챙겼고, 자기 일을 조원에게 시키곤 했습니다. 또 모욕, 트집 잡기로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A 할머니(🤷‍♀️)가 계단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뼈가 부러졌습니다. 조장인 B 할머니(🧛‍♀️)는 A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았습니다. 입원한 A 할머니(🤷‍♀️)는 마음이 너무 상해 딸(👩‍⚕️, 간호사)에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게 됩니다.

정효준 씨는 A 할머니와 종종 대화했습니다. 정효준 씨역시 다른 아파트에서 미화원으로 일을 하고 있어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효준 씨는 미화조장이 조원을 괴롭히거나 전횡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 달라며 A 할머니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A 할머니는 딸에게 정효준 씨 번호를 일러줬습니다. “이 양반이 내 사정 잘 알아. 전화 한 번 해봐.”

정효준 씨와 A 할머니의 딸은 힘을 합쳐 미화원 조장 B 할머니의 잘못을 소속업체에 알렸습니다. 소속업체는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그간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B 할머니는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다른 미화원들이 B 할머니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줘서 해고는 면했습니다. A 할머니는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해 직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만나다

정효준 선생님은 당근마켓에서 알게 된 분입니다. 저는 얼마 전 당근마켓 동네생활 게시판에 글을 썼습니다. ‘지방선거 나가려고 하는데, 이야기 들려주실 분 계신가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연락처를 남겨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정 선생님입니다.

사진 너무 어둡게 나왔다

정 선생님은 오래 한정식집을 운영하다 은퇴하고 미화원 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아파트 미화원은 조 단위로 일하고, 그중 한 명이 조장(팀장)이 되어 다른 미화원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조장이 조원을 괴롭히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정효준 씨가 A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도 자신이 부당한 일을 경험한 적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정치인 이대호의 핵심 의제입니다. 그런데 정 할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익숙한 직장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30, 사무직, IT 업계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몸과 마음을 다치는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세 드신 분은 스스로 해결하시기가 더 어려울텐데 전혀 생각하지를 못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1/3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남시 65세 이상 인구가 약 130,000명이니까 약 4.3만 명은 노인 직장인인 셈입니다. 정 선생님은 노인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왜 아무도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존중 받으며 품위 있게 노년을 보내는 거 참 중요한데 말이에요. 앞으로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당근마켓에 올라온 100개 넘는 댓글을 소개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