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고백을 좋아하겠지?
저는 요즘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판매하는 제품은 ‘더불어민주당’과 ‘이대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해서 저의 동료가 되어달라고 고백하며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11명의 성남시민을 만났는데 그중 네 분이 가입하셨습니다.
왜 성공률이 50%도 안 될까요? 실패 경험을 복기해보니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가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 이유를 말했을 때 공감하지 않았던 분들은 민주당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응이 영 좋지 않아 당원 가입의 디귿도 꺼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말했길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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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사건이 출마 결심 계기가 됐다. 하나는 ‘타다금지법 통과’ 다른 하나는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이다.
- 타다금지법 국면에서 정부와 국회가 끈기 있게 택시와 타다의 타협을 끌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중재를 포기했고, 많은 일자리와 좋은 이동 서비스가 사라졌다.
-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의심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을 민주당의 영향력 있는 분들이 말렸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당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사람은 소수였다.
- 두 사건을 겪으면서 중요한 갈등을 중재하고 약자를 돕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졌다. 변화를 내가 사는 도시에서 만들어내고 싶어 성남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원인 분석: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
공감하지 않은 분들 반응은 대개 다음과 같았습니다. ‘두 경험이 너에게 힘든 일이었다는 것도 알겠고, 나름 중요한 일인 건 알겠다. 근데 그게 나랑 무슨 관련이 있지? 지역 현안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도 아니고. 그걸 왜 성남시장이 해야 하냐?’는 겁니다.
저는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야 상대방이 진정성을 느끼고 동료가 되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타다 사건이나 직장인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소수는 공감하며 당원 가입을 해주셨습니다. 그분들은 진정성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동료가 됐지만, 대다수는 아니었습니다.
다수는 제 이야기에서 ‘진정성’이나 ‘대담함’이 아니라 ‘황당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성남시민의 요구와 문제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허무맹랑’한 도전을 한다는 인상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제 도전에 함께 할 마음이 생길 리가요.
착각: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좋아해 주겠지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봤을 때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는 밑도 끝도 없는 막무가내식 고백이었고, 당연히 다 실패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다가가야 상대방이 진정성을 느끼고, 비로소 손잡고 다니는 사이가 되어준다는 걸 말이죠.
‘이대호가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이유’는 치밀하게 설계하고 기획해야 합니다. 당연히 거짓말은 안 됩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구구절절 이야기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진정성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구성해야 동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성’과 ‘솔직함’은 서로 다른 말입니다.
지난 몇 주간 종이학 천 마리 접어 주는 것 같은 촌스러운 고백은 충분히 해봤습니다. 휴, 생각할수록 창피하네요. 이제 더 세련된 방식을 기획해봐야겠습니다. 편지가 하루 늦어서 죄송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