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법한 이기적인 생각
OUR지도 프로젝트 (5)
친구 R의 어머니는 얼마 전 몸이 아파 고생하셨습니다. 다행히 회복 중이시지만, 거동은 불편해졌습니다. 혼자 다니시기 어려워 주로 R이 모시고 다닙니다. 엄마 혼자 움직이시려면 보행 보조기구를 쓰셔야 하는데, 안 내켜 하십니다. 움직임이 불편해져서 보조기구를 쓰게 된 것 자체도 좌절감을 느끼는데, 나가봤자 계단이 많고 보도블록이 엉망인 곳도 많아 다니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양 부담은 늘어난다
남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엄마도 노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노화를 느끼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이 커졌고, 요즘은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다녀와도 영 시원찮다며 민간요법에 관심 두곤 합니다. 사소하지만 다 노화의 풍경입니다. R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가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날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고령화는 곧 ‘부양 부담의 증가’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스칩니다. 부모님이 교통약자가 되면 따로 시간을 내서 모시고 다녀야 하는 일이 늘어날 것입니다.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대부분 바쁩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빡빡한 생활에 가족이나 이웃을 돌봐야 하는 현실은 사실 기꺼울 수 없습니다. 부양을 받는 쪽도 미안하게 됩니다.
그러니 부양 부담을 최소화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가족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단을 정복하자
부양 부담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계단을 정복’하는 겁니다. 계단을 줄이자는 뜻입니다. 계단을 줄이면 부양 부담이 줄어듭니다. 계단이 경사로로 바뀌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 늘고,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많아진다고 생각해봅시다. 교통약자가 홀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니 주변 사람의 도움이 덜 필요하겠죠?
이대호와 친구들이 만들고 있는 ‘OUR지도’는 ‘계단 정복 1단계’입니다. ‘OUR지도’로 계단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건물도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어디가 편리한 곳인지 알 수 없음’이니까, 건물별 계단 정보를 수집해 공개하려는 것입니다.
‘계단 정복 2단계’는 ‘이동 환경 바꾸기’입니다. 계단을 줄여서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도움 없이 이동할 때 필요한 ‘교통약자 이동 서비스’(택시)도 확충해야 합니다. 이건 ‘OUR지도’처럼 시민 주도 프로젝트로 할 수는 없고, 성남시장의 권한이 필요합니다.
2037년 상황
지금 성남시민 중 계단을 불편해하는 교통약자 인구가 얼마나 될까요? 여러 자료를 종합해 거칠게 추산해보니 28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데이터 시트) 65세 이상 어르신,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 이용자, 골절환자 등을 더한 것입니다. (중복이 있을 수 있지만) 93만 성남시민 중 30% 정도에 달합니다. 아마 4촌 이내 가족 중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2037년에는 교통약자 비중이 30%가 아니라 46%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고령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늡니다. 통계청은 2037년 성남시 인구 중 29%(26만 명)는 65세 이상 고령자일 거로 전망합니다. 물론 유아차 이용자는 줄겠지만 휠체어 이용자, 골절환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2037년까지 18년 남았습니다. 긴 시간 아닙니다. SG워너비가 Timeless로 데뷔한 때가 17년 전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계단 줄이기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계단’ 외에도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과제들을 찾아 실행해야 하고요. 그래야 많은 시민이 성남에서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계단’ 외에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민할 과제를 아신다면 답장을 보내주시겠어요?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으니까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