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해보았다

경력단절과 단절하기

8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해보았다

정치인이 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오래 연락 않고 지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겁니다. 살다 보면 친한 친구와도 이유 없이 연락이 뜸해지는 경우가 많죠?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연락을 쭉 안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게 특별한 계기가 생긴 겁니다. ‘선거 출마’라는 계기가요.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고민도 듣고 당원 가입도 권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전화번호부를 쭉 보니 진작 연락해보고 싶었는데 쑥스러워서 못했던 친구가 많더라고요. 명단을 만들고 한 명씩 연락을 해보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되지만, 다행입니다. 아직은 다들 반가운 반응들입니다.

경력단절의 충동

8년 만에 만난 친구 Y는 결혼을 했고 아빠가 됐습니다. 결혼했다는 건 얼핏 들어 알고 있었는데, 중학교 동창과 결혼을 해서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 했던 Y는 지금도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공부와 업무,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 왈, 자기는 요즘 별 고민이 없답니다. 교수님도 좋고 연구실 사람들이랑도 잘 맞고요. 그런데 요즘 아내는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복직’과 ‘전업 육아’ 중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전자로 기울고 마음은 후자, 즉 경력단절로 기우는 중입니다.

경력단절의 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또 아직 돌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기가 마음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복직’이 맞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보다도 ‘소득’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Y가 보기에는 경력단절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아이는 언젠가 자라서 독립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우주입니다. 그렇지만 초등학생만 되어도 슬슬 품을 떠납니다. 그랬을 때 전업 양육자는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다시 경력을 이어붙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Y는 그런 상황이 아내에게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력단절과 단절하기

Y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경력단절과 단절하는 거 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인프라 확충’, 즉 안전한 보육 시설을 잘 만들고, 운영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 충분히 교감하고 싶다’는 바람은 ‘인프라 확충’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에는 ‘유연한 근무제도’가 더 유용합니다. 한시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경력’과 ‘보육’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직장을 다니되 좀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Y의 아내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이 (원한다면) 경력단절을 피하고 늠름한 시니어 직장인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직장 때문에 아이의 가장 귀여운 순간을 놓치는 낭패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그렇지만 내년 이맘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을 예정입니다.


거리두기 4단계로 ‘모임’은 다 취소했습니다. 그래서 당원 모집 목표 달성이 좀 어려워졌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됐거든요. 하지만 1:1로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다음주에 똑똑 박사님 Y를 또 만나서 그래서 네가 이야기한 문제 해결 방안이 뭐냐고 꼬치꼬치 물어볼 생각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