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월드의 공무원 시험 개편 아이디어
‘만약 공무원 시험 과목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바꾼다면 어떨까요?’
약 40만 명의 공시생은 평균 3년을 시험공부에 ‘매진’합니다. 이 중에서 95% 이상이 ‘불합격’합니다. ‘중간’도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했더라도 ‘합격’이 아니면 ‘불합격’ 뿐입니다.
문제는 이때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 공무원이 돼야만 쓸모가 있다는 겁니다. 공무원 시험 과목은 직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행정학, 행정법, 국어, 영어 등입니다. 불합격했을 때 써먹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는 합격자와 불합격자 중에 누구를 배려해야 할까요?”
- 슈카
경제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유튜브 ‘슈카월드’의 슈카님은 이 영상에서 ‘불합격자’를 배려하는 시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코딩 같은 실용적인 직무 능력을 시험 과목에 추가하면 공무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공무원이 되어도 유용합니다. 슈카님은 ‘그냥 해보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지만, 저는 진지하게 고려해야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재교육에 답이 있다
얼마 전, 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는 편지를 여러분께 보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해결 방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라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몇 통의 답장이 왔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보내준 답장입니다.
동의합니다. ‘교육과 재교육’이 근본적 해법입니다.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기업은 원하는 역량을 갖춘 구직자를 못 찾겠다고 합니다. 이것을 ‘일자리 미스매치’라고 부릅니다. 미스매치를 줄여서 ‘취뽀’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교육과 재교육’입니다.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하는 역량을 파악해서 구직자를 교육하는 일을 잘해야 합니다.
만약 공무원 시험 제도를 ‘교육과 재교육’ 수단으로 이용하면 어떨까요? 유용한 기술을 파악해 시험 과목으로 넣는 겁니다. 필요하면 실습 과정을 넣을 수도 있죠. 수십만 명이 3년 동안 사회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아마 굉장히 열심히들 할 겁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도 직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물은 땅이 패인 모양을 따라 흐른다
시험 준비 길어졌는데 합격 소식도 없고, 보고 싶지만 연락하기 애매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난 취업 준비생 성남시민 H에게는 공무원 시험을 5년째 준비하는 K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였지만, K가 오랜 수험 생활로 마음이 좁아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1년 넘게 연락을 못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연락을 꺼려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보고 싶지만 만나기 어려워졌습니다.
물은 땅이 패인 모양을 따라 흐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 제도는 40만 명이 흘러가는 ‘패인 길’입니다. ‘패인 길’을 따라간 95%는 절벽에 도착합니다. ‘나이는 먹었는데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 됩니다.
저는 이 길을 비틀어 햇볕 드는 곳으로 흐르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3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도 백수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비극, 소중한 친구를 ‘시험’ 때문에 잃는 한국적 전통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함께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