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 vs 어려움 (1)
*이 편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 vs 어려움’ 중 어려움 편입니다.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정치)을 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악당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악당 : 외로움
이야기하기 창피하지만 저는 직장생활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한 해에 있는 52번의 일요일 밤 중에서 ‘아 회사 가기 싫다’고 생각하는 밤은 보통 10번 미만입니다. 가끔은 ‘빨리 내일 아침이 와서 회사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가기 싫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공감하는 시늉을 할 때도 있었다고 이제라도 고백합니다. (...)
첫 번째 악당인 ‘외로움’을 만나고 직장생활이 좋았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회사에 가면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찮은 농담을 주고받고, 함께 점심 메뉴를 고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는 동료를 보며 피식 웃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뭐 하는지 쓸데없이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죽이 맞으면 한 잔 하러 갈 때도 있죠.
지금은 혼자 일하는 시간이 좀 더 많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팀원들과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시간에는 보통 혼자 일합니다. 성남시민 인터뷰나 외부 미팅으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처음 뵙는 분들이다 보니 편한 시간은 아닙니다. 이렇게 생활이 바뀌니 회사 다닐 때에 비해 심심하고 외로운 면이 있습니다.
두 번째 악당 : 돈
요즘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봅니다. 드라마 배경은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이고 등장인물 대부분 엔지니어(기술자)입니다. 선배 엔지니어가 후배 엔지니어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합니다. ‘내가 짠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 한 번 검토해줄 수 있’냐고요. 후배가 이렇게 거절합니다. “안 할래요.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거든요. 푼돈에도 책임이 따른다고.”
그렇습니다. 하기 싫은 회사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돈’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자영업자는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돈을 주면서 책임을 지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단점이기도 합니다.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예산을 만들고 시작했습니다. 내년 6월 선거까지 얼마나 돈이 필요할지 파악하고 제 형편에 맞게 예산 총액을 정했습니다. 총액만큼을 별도 통장에 넣고 야금야금 씁니다. 수입 없이 지출만 발생하는 생활은 싸늘하고 묘하더라고요. 텅 빈 물 주전자를 들고 느리게 시드는 식물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 예상 밖의 지출 없이 순조롭게 계획대로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않으셔도 됩니다!
세 번째 악당 : 나태
사실 위의 두 악당은 상대할만 합니다. 가장 강력하고 사악한 상대는 나태입니다. 게을러질까 무서워서 여름방학 맞은 초등학생마냥 계획표를 짜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눕습니다. 물론 계획표에 없는 내용입니다. 운동 다녀오면 ‘오늘은 특별히 열심히 했으니까 내 연약한 근육에게는 휴식 시간이 필요해’라며 이미 누워있습니다. 뉴스레터가 너무 안 써질 때 ‘소파에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생각하면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내 생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라고 생각한 뒤 잠에 듭니다.
‘나태’와 싸우기 위해 제가 찾은 무기는 ‘회고’입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한 시간 동안 회고를 합니다. 지난 한주간의 일을 마치 남이 한 일처럼 평가합니다.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써내려가는데 주로 ‘나태’의 문제입니다. 매주 문제를 한 뭉텅이 적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개선되어 더이상 안 나오는 문제들도 있다는 겁니다.
‘나태’에 대적하는 ‘회고’의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게으름 때문에 ‘회고’를 안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악당들 때문에 어렵고 괴롭기는 합니다. 그러나 즐거움이 더 큽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분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시기를 바라고요.
다음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기다려주세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