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로 보는 한국 사회
*하루 늦게 편지를 발송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며칠 전 재미있는 영상 한 편을 봤습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NC소프트에 관한 영상입니다. ‘최근 NC소프트가 게이머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된 이유(중 하나)’를 설명하는 유튜버 ‘중년 게이머 김실장’의 영상입니다.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게임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현실과 굉장히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비용을 치러야 기본이나마 한다
NC소프트의 여러 게임이 가지고 있는 ‘고비용 구조’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고비용 구조’란 많은 돈을 써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게이머라면 대부분 게임 내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써야 하는 건 대부분의 게임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특히 비용을 많이 치러야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NC소프트가 만든 리니지입니다.
NC소프트는 리니지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리니지 이후에도 리니지 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트릭스터 등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으로 트렌드가 바뀐 후에는 기존 게임들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대부분 성공을 거두며 큰 매출을 냈습니다. 게이머가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드는 고비용 구조가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유튜버 김실장님은 설명합니다.
그런데 ‘고비용 구조’도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고객이 잘 유입되지 않습니다. 고비용 구조 게임에서는 기존 게이머가 이미 큰 비용을 치르고 절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포진해 있습니다. 새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것입니다. 새로 시작한 게이머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데, 기존 게이머와의 경쟁에서 ‘게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대가를 덜 치러도 된다
NC소프트가 원성을 사게 된 계기는 ‘개편’입니다. NC소프트는 게이머가 돈을 덜 써도 되는 구조로 시스템을 개편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 100만 원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30만 원만 쓰면 되도록 바꿨습니다.
게이머들 입장에는 ‘상품 가격 인하’입니다. NC소프트 입장에서는 매출을 일부 포기하는 결정 같습니다. 그런데 이 조치로 리니지2M이란 게임에서 최상위권 게이머 세 명이 게임을 접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매출을 포기했는데 왜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기존 게이머가 큰돈을 내고 얻은 것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100만 원 주고 샀는데, 이제 이걸 30만 원에 판다고? 기분 나빠서 게임 더는 못하겠어!’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 조치로 신규 게이머들은 더 게임을 하기가 좋아졌지만, 높은 비용을 이미 치른 기존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닮은꼴
유튜버 김실장은 이 조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게임에 새로 참여하고, 게이머들 간 실력의 격차가 줄어서 게임이 활성화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기존 최상위권 게이머들이 떠나기는 하겠지만, NC소프트는 그것을 감수할 거로 전망합니다. 이미 돈을 많이 낸 게이머를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유입시켜야 장기적으로 매출 내는 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봅니다.
제가 이 영상을 흥미롭게 본 이유는 ‘우화’ 같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세계의 상황, 문제, 구조가 현실 세계의 닮은꼴 같았습니다. 고비용 구조가 공고한 리니지에 신규 게이머가 유입되지 않고 활력을 잃은 것처럼, 현실이라는 게임에 뒤늦게 뛰어든 2030 세대는 활기를 잃었습니다. 저출생은 대표적인 징후입니다.
어쨌든 NC소프트는 큰 결정을 했습니다. 기존 게이머의 배신감과 이탈을 감수하고 격차를 줄였습니다. 물론 기업으로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결정이겠지만,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베팅을 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떠나는 고객보다 신규 고객이 많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셈입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어떤 개혁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