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연락해볼걸!

우리 지역위원회 이야기 (2)

진작 연락해볼걸!

(지난 편지에 이어서) 페이스북 메시지 답장은 없었습니다. 김병관 위원장님께 제대로 수신이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페이스북 메신저는 친구가 아닌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으면 스팸 메시지 함 같은 곳에 들어가더라고요.

결국 지인찬스를 썼습니다. 김 위원장님과 안면이 있을 것 같은 분들을 떠올렸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친절하게 도와주실 것 같은 분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김 위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혹시 연락처 아시면 알려주실 수 있느냐고요.

그분의 친절 덕택에 저는 며칠 뒤 김 위원장님을 찾아뵙게 됩니다.

긴장과 욕심

긴장됐습니다. 처음에는 ‘인사만 드려보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뵈려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 평판을 조회할 때, 그 사람이 속해있는 지역위원회에 주로 물어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에 대해 궁금할 경우, 제가 속한 ‘민주당 분당(갑)지역위원회’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는 식이죠. 그때 “그 친구 참 괜찮아!”가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지역위원장님을 포함한 지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합니다. 정치에서 평판은 중요합니다.

또 실질적인 도움도 받고 싶었습니다. <계단정복지도>가 출시되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써주셔야 합니다. 정당 활동하는 분 중에는 계단정복지도가 가진 공익적 취지에 공감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님이 주변 당원들께 잘 소개해주시면 계단 정보 모으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똑똑.

저는 너무 괄괄한 분보다는 차분한 분과 대화를 잘합니다. 김병관 위원장님은 정중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한 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해왔고, 내년에 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지를 소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꽤 긴 이야기였는데 전혀 말을 끊지 않으셔서 놀랐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수십 번 설명해봤지만 대부분은 중간에 끊고 자기 얘길 하거든요. 또 모호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으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신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위원회에서 제가 혹시 할만한 일이 있는지도 여쭤봤습니다.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탓에 정당 활동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기존 행사나 모임도 거의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려면 모임을 만들거나 행사를 열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요. 장사꾼이 장사를 해야 하는데 장이 안 서는 상황 같았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성과가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님께 <계단정복지도>를 소개하고 동네 당원분들께 홍보할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지역위원회 산하에 ‘장애인위원회’가 있는데, 장애인위원장님과 만나서 같이 논의해보면 좋은 방안이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분당갑 지역위원회

얼마 뒤 김 위원장님 사무실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날은 김 위원장님뿐 아니라 권민지 장애인위원장님, 정윤 사무국장님이 함께였습니다. <계단정복지도>를 설명했더니, 권 위원장님께서 너무 유용할 것 같다며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종종 ‘계단정복지도가 정말 유용할까?’ 되묻곤 합니다. 권 위원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 <계단정복지도>는 존재 가치가 있는 제품이고 잘 해내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님은 IT 기업인답게 제품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주관식 정보 입력 기능을 만들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개발 중인 베타 화면

현재는 위와 같이 ‘객관식 문항’만 있는데요. ‘주관식 입력란’이 있으면 이동 약자에게 필요한 기타 정보를 모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씀이셨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팀 회의에 제안했고, 실제로 제품을 수정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좀 더 완성도 높은 서비스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다음주에는 장애인위원회 분들과 함께 체험단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분들과 판교역에 나가서 계단정복지도를 사용해볼 예정입니다.


인사드리기 전에는 왠지 겁이 났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진작 찾아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할까? 말까?’ 고민하시는 것이 있다면 ‘할까’ 쪽으로 잘 생각해보세요.

예상보다 좋은 일들이 벌어질 지도 모릅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