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은 받는 거 아니다

혹시 돈 빌려보셨어요?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과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은 입장이 다릅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돈을 안 갚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습니다. 반대로 채무자는 채권자가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죠. 날 때부터 채권자이거나 채무자인 사람은 없습니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입니다.

비슷한 입장 차이가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있습니다. 창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공무원은 기업이 돈을 잘못된 곳에 허투루 쓸까 봐 걱정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명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반대로 많은 스타트업은 ‘이상한 데 돈 쓰다가 사업이 잘 안 되면 내가 제일 손핸데 왜 그런 일을 하겠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것이 아니라 입장 차이입니다.

저는 공무원과 창업자 간 입장 차이를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의 사회적 신뢰를 기준으로 만든 제도

서울시에서 일하면서 정부가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 돈을 줘서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해야 하지만 직접 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 세금을 용역 대금, 지원금, 투자금의 형태로 기업과 단체에 지급합니다. 그래서 대신 일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정부 돈의 특징은 받으면 증명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점입니다. A 회사는 정부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대신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건실한 곳이고 정부와 무관한 다른 사업도 잘하는 곳입니다. 당시 A 회사 직원분들과 대화하다 놀랐습니다. 서울시 사업과 관련된 서류 처리를 위해서 직원을 고용했다고 했거든요. 서류 처리에 드는 노력이 너무 커서 그렇다고 합니다.

A 회사에 다녀와서 여기저기 얘길 했더니 직장 선배 한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 “지방정부는 ‘지방재정법’이라는 법에 근거해서 돈을 써야 해. 그런데 이 지방재정법의 골자가 잘 바뀌지 않아. 세상에 부정부패가 많은 것 같지만 사람들의 윤리의식도 점점 높아지고, 감시망도 촘촘해졌어. 사회적 신뢰가 많이 쌓인 거지. 근데 지방재정법처럼 사회적 신뢰가 매우 낮았던 시대 기준으로 된 법과 제도가 아주 많아. 너무 과도하지.”

정부 돈은 받는 거 아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창업가의 마을: 논스’라는 셰어하우스에 살았습니다. 100여 명의 창업가 또는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창업가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지내다 보니 정부 지원사업을 놓고 고민하는 걸 자주 봤습니다. 지원금이나 투자금 받으면 좋긴 한데 따라오는 잡무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돈을 필요한 곳에 알맞게 썼는지 감시해야 하는 건 다들 이해합니다. 다만,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각종 행정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핸디캡입니다. 창업가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고 경쟁상대는 많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세미나: 스타트업 임직원이 말하는 지원정책 잘 펴는 법

입장차이를 좁히면 더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합니다. 즉, 지금의 사회적 신뢰 수준에 딱 맞는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창업가들이 본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더 빨리 내놓게끔 할 수 있고, 성공한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 방법을 의논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청년미래연석회의’라는 회의체를 만들었는데요.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수요일에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제가 발제를 맡았고, 스타트업에서 임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진행합니다.

세미나 제목은 ‘스타트업 임직원이 말하는 지원정책 잘 펴는 법’입니다. 여기서 나눈 이야기가 당을 통해서 실제 담당 부서에 전달될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꼭 하고 싶은 말씀 있는 분이 계시다면 참석해서 귀한 말씀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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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리운 논스 친구들!

구경 오세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