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가?
오늘 계단정복지도를 출시했습니다. 출시를 맞아서 정치인인 제가 왜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제가 가진 권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를 ‘권력을 사용해서 누군가의 삶을 낫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꼭 당선되어야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당선이 되어도 제대로 된 정치를 못 할 수 있겠죠. 누구의 삶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저기 조언을 구했을 때 공통된 의견이 있었습니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의 대선 캠프에 가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방법이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깊이 고민했지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있으나 없으나 대선 캠프에는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계단정복지도는 다릅니다. 많은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이고, 열심히 했을 때 누군가의 삶이 나아지는 일입니다. 이동약자가 ‘계단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어서 겪는 불편은 지금까지 누구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중요하지만 난이도가 높고, 해결해도 정치적 이득이 크지 않아서 방치됐습니다.
근데 제가 가진 권력으로 풀어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선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모읍니다. 함께 누구나 계단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귀여운 웹 사이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정보를 채워줄 사람들을 꼬셔내, 주말마다 계단정보를 함께 채우러 다닙니다. 이렇게 몇 달만 하면 자주 방문하는 구역의 건물들을 거의 다 수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약삭빠른 사람이라 확실한 걸 좋아합니다. 대선 캠프에 갔다면 지금은 불확실하지만 낮은 확률로 미래에 큰 권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권력을 얻어서 누군가의 삶을 낫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누군가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제 취향은 명백히 후자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인은 표가 되지 않는 일을 표가 되는 일로 만드는 일도 해야 합니다. 당장 표가 되는 일은 어차피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려고 하니까 저까지 안 해도 됩니다. 제가 가진 장점은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장점을 살려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표가 되지 않는 일을 표가 되도록 만드는 일에 도전해도 됩니다.
4월의 어느 날, 휠체어를 쓰는 직장 동료가 ‘계단 정보가 없어서 약속 있을 때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거기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친구가 겪는 사회적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좋은 정치인이 될 자신은 없습니다. 좋은 정치인이 되고 싶은 저는 반드시 계단정복지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입니다.
사람들도 이런 정치인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권력을 왜 가지고 싶은지, 시켜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설명하는 정치인도 물론 필요합니다. 근데 자신이 가진 권력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당장 누군가의 삶을 낫게 만드는 정치인도 괜찮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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