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없는 동료의 원하지 않았던 퇴사

오래 기다린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입니다. 영화는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후, 회사(타다 운영사 VCNC)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타다 팀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제 삶과 기억에 깊게 새겨진 장면은 동료들이 떠나던 모습입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에 포함되지 않거나 못하고 떠나간 사람들, 등장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있었습니다.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고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이별이 잦았습니다. 그중 어떤 이별은 너무 부조리해서 속이 상했습니다. 내 동료가 겪어야 하는 이 부조리가 도대체 누구의 잘못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더 속이 상했습니다.

저는 ‘타다 금지법’ 통과가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설명합니다. 신산업과 구산업 간의 갈등을 잘 중재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저는 끈질기게 중재해내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직접적인 욕망은 ‘그런 부조리한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고, 필요하면 직접 만들어내고 싶다’ 입니다.

오늘은 당시 썼던 일기 한 편을 소개합니다.

혹시 이 편지가 늦은 시간 알림이 되어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


죄가 없는 동료의 원하지 않았던 퇴사

일명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날은 금요일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약속이 없었던 직원들이 다 모여 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우리 함께 잘 헤쳐 나가 보자며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연’은 며칠 뒤 자신이 한 달 뒤에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에는 정규직인 직원과 정규직이 아닌 직원이 있었는데 ‘연’은 후자였다.

‘연’과 같은 형태로 일하는 동료들이 곧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방향을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방향을 알 수 없었던 이유는 원망할 대상을 똑바로 지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타다금지법’을 밀어붙인 정부 탓인 것 같기도, 이견 없이 통과시킨 국회 탓인 것 같기도, 계약해지를 결정한 회사 탓인 것 같기도 했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기업과 정부의 관계,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비정규직부터 그만둬야 하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규칙 탓인 것 같기도 했다.

분명한 건 ‘연’이 무고했다는 사실이다. 위기를 불러온 법 통과와 전혀 관계없는 업무를 했다. 자신의 몫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낸다는 인정을 받는 직원이었다. 상위권의 급여를 받는 사람도 아니어서 그가 그만 두어도 비용 감소 효과가 높지 않았다.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고, 부득이하게 인원을 줄일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러므로 위기에 책임이 있거나 업무 성과가 낮거나 급여가 매우 높은 직원이 먼저 그만두게 됐다면 화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이들은 대부분 정규직이고 ‘연’과 같은 입장에 있는 동료들이 우선순위가 됐다.

누가 어떻게 잘 했더라면 무고한 동료의 퇴사를 막을 수 있었을 지를 생각하게 됐다. 기업의 ‘비즈니스 지속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정부가 엄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타다가 더 질 좋고 합리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였더라면, 기술 기반의 사회 변화 양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국회에 더 많았더라면, 모든 직원이 안정성에 있어서는 차별을 받지 않는 노동 구조를 가지고 있었거나, 회사에 다른 캐시카우가 있어서 위기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이 보다 과감하고 관대한 투자 결정을 했다면, 고통을 특정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고 너르게 분담하는 제도가 회사에 있었다면 나았을까, 너무 복잡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고민에는 사무실 밖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들은 들어있지도 않다. 드라이버도, 협력사 직원도 가깝지 않아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 다수가 일자리를 잃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했다면 좋았을 지 분석이 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