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언론 인터뷰를 하다
타다 다큐 개봉을 계기로 타다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몇 명과 그룹 인터뷰를 했습니다. 세상에 남겨 보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고맙게도 몇몇 친구가 응해줬습니다. 오늘 세상에 이 기사가 나왔습니다. ‘흰색 타다 카니발’의 탄생과 소멸이 직원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았는지 알 수 있는 인터뷰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살펴보세요.
*인터뷰 기사 읽기: https://www.mk.co.kr/news/it/view/2021/11/1058658/
못다 한 이야기
이 인터뷰 기사에 ‘법인 택시 기사’의 삶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이해관계자 누구의 삶도 나아진 것이 없다”고 했는데 그 대표적인 주체가 법인 택시 기사입니다.
‘타다 금지법 통과’에 손을 들어준 분 중에는 ‘택시는 사회적 약자니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일견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타다 금지법’은 택시 중에서도 더 취약한 입장에 있는 법인 택시 기사의 삶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법인 택시는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
법인 택시 기사 일자리는 매우 열악합니다. 코로나 유행으로 승객이 줄면서 더 심각해졌습니다. 사납금 제도를 폐지했다고 알려졌지만, 수많은 택시회사가 변형된 사납금 제도를 유지합니다. 매출을 사납금 이상으로 내지 못하면 급여를 거의 가져가지 못합니다. 사실상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우가 열악하니 법인 택시 기사로 일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택시 회사에는 사람이 모자랍니다. 사람이 모자라면 처우를 올려서 뽑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택시 회사는 처우를 개선해서 더 많은 매출을 내는 사업적 모험을 꺼립니다. 택시를 놀리더라도 손해가 덜 나게끔 운영하려는 택시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택시 회사가 택시 일자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니 법인 택시 기사의 형편은 나아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타다 베이직이 등장했습니다. 사납금이 없이 일한 시간 만큼 돈을 받고 깨끗한 차량에서 일합니다. 호출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승객을 찾으려고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승객들이 좋아하고 반겨줍니다.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기자 많은 법인 택시 기사님이 타다 베이직으로 넘어왔습니다.
물론 타다 드라이버도 완벽한 일자리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선택권이 생기자 많은 법인 택시 기사님이 타다로 넘어왔습니다. 더 나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습니다. 개인택시 기사님들은 면허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됐지만, 법인 택시 기사님들의 처지는 다시 나빠졌습니다.
저는 정치가 취약한 환경에 있는 사람을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사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걸 ‘타다 금지법’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택시’라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조치 같지만, 택시 중에서도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언론에서도 당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은 보통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언론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가서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찾을 수 있을까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