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캠프에 제안하려다 포기한 것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 화요일입니다.
내일은 화창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오늘은 이재명 후보 캠프에 뭔가 제안하려다 포기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으신 정치인 이 선생님을 뵐 일이 있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제가 막 성남시장 선거 출마를 막 결심한 무렵에 뵙고 계획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기억하시고 잘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집중하고 있는 계단뿌셔클럽 활동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반가워하시면서 ‘후보 일정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후보가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정의로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메시지를 내면 좋겠다고요. 계단정복지도를 사례로 디지털 기술이 누군가의 삶을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방향으로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메시지를 후보가 내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칫국 두 그릇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계단 정보(접근성 정보)가 필요한 건 성남뿐만이 아닙니다. 전국화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계단뿌셔클럽의 여력으로 전국화는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정부나 기업이 가져가 줘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만약 내년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부를 통한 전국화를 도모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 성남시장 선거에도 유익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4월 당내 경선을 통과하려면 당에 계신 많은 분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만약 이재명 후보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 이후에 당에 계신 분들에게 저를 알릴 계기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무명 정치인이 대선 후보를 만날 기회는 정말 희소하니까요.
물론 김칫국입니다. 제가 제안한다고 해서 이재명 후보가 꼭 온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시도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과 의논해봤는데요.
동료들의 반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을 함께 꾸려가는 몇몇 친구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모두 반대했습니다. 수많은 클럽 회원이 배신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은 정파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200명이 넘는 멤버가 참여한 것입니다. 동료들 왈, 클럽 멤버 대부분 그게 어떤 정당이든 대선 후보가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거부감을 느낄 거라고 했습니다. 아직 멤버들과 함께 정복해야 할 산이 많은데 다들 떠나버리면 목표 달성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클럽 활동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실망하는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러니: 좋은 사람이 권력을 멀리한다
좋은 제안을 해주신 이 선생님 쪽에는 죄송하게도 어렵게 됐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선의로 참여해 준 클럽 회원이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을 감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고민이 생겼습니다. 공익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정치를 꺼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권에서 일하며 정치를 잘 이용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정치를 활용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별로 공익성이 없는데도 정치를 활용해 목표를 이루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SCC 멤버처럼 오히려 공익에 관심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를 꺼립니다. 귀하가 정치를 활용하지 않으면 그 몫을 엉뚱한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이타적이고 공동체를 신경 쓰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정치를 활용하도록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순하고 착한 것도 좋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활활 타오르는 집념이 있어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처럼 좋은 사람이 정치를 잘 이용하도록 하려면 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혹시 좋은 생각이 나시면 알려주세요!
이대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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