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도전자를 환대하는 정당을 만들자

친구가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놀랍게도 아직 화요일입니다.
내일 날씨는 오늘과 비슷하다고 하니 오늘처럼 따뜻하게 잘 입고 나오세요.

오늘 편지는 한 친구가 출마를 포기하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친구 L: 대호님, 저는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현실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주,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친구 L을 설렁탕집에서 만났습니다. 날도 마음도 시리니 따뜻한 국밥을 먹자고 하길래 그냥 하는 말인가보다 했는데요. 위와 같이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친구 L: 지역에서 이미 교통정리가 끝났어요. 누구를 어디에 공천할지 지역위원장님이 거의 결정을 하실 수 있는데, 변화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거든요. 지금 현역 광역의원, 기초의원 분들 대부분 그대로 출마를 하실 계획이라 지난번이랑 대동소이할 것 같아요.

대호: 아니, 그래도 경선이라도 한 번 붙어보셔야죠. L처럼 훌륭한 분이 도전도 못 하고 포기하면 당원들이나 시민들이 좋은 선택권 하나를 잃어버리는 건데요.

친구 L: 저도 그렇게 하고 싶죠. 그런데 저 많이 챙겨주시는 선배님이 그냥 묵묵히 다음을 노리라고 하더라고요. 교통정리 다 끝났는데 경선에 도전하면 지역에서 인식이 안 좋아진대요. 건방지다는 말 나오고. 그럼 2026년 지방선거 도전도 어려워진다는 거죠.

한숨이 나왔습니다. L은 실력과 진정성, 경험을 겸비한 뛰어난 인재입니다. L 같은 인재조차 출마를 포기할 줄 몰랐습니다. L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 정당의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문제: 도전을 환영하지 않는 정당 시스템

정당의 당내 경선, 공천 시스템은 저나 L 같은 도전자를 그리 환영하지 않습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당내 경선에서는 자신을 지지해줄 당원이 많아야 컷오프를 통과하고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역은 짧으면 몇 년, 길면 10년 넘게 축적해 온 지지 기반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인 정치인은 ‘0’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들인 시간과 노력이 다르니 상황이 다른 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현역 정치인과 신인 정치인을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면 신인이 도전할 유인이 떨어집니다. 자연히 새로운 인물이 잘 안 들어오고, 현역 정치인이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잘 도태되지 않습니다. 정당 전체의 실력과 평판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민주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당은 ‘신인 가산점 제도’를 운영합니다.

문제는 ‘신인 가산점 제도’가 실효성이 적다는 것입니다. L과 같이 ‘교통정리’가 다 끝나서 출마를 포기하거나, 출마하더라도 ‘컷오프’에 걸려서 경선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산점을 받으려면 경선에 진출해야 하는데 말이죠. 많은 경우 경선 후보도 되지 못하고 배제(컷오프)됩니다.

실력이 부족해 경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실전을 경험해보면 많이 배웁니다. 신인 정치인일수록 유권자를 직접 만나보고,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경험이 유용합니다. 그런데 사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환경에서는 이런 성장 경험을 쌓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신인 정치인이 준비만 하고 성장 경험을 못 쌓는 건 국가적인 손실입니다.

해결 방법: 똘똘 뭉쳐 국민적 관심 끌기

저는 L이 꼭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를 바랍니다. 당선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미리 포기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직접 성남시 유권자들을 만나고 선거운동 경험을 반드시 해보고 싶습니다. 저나 L 같은 사람이 출마하도록 하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젊고 역동적인 정치를 만드는 구조적 해법입니다.

어떻게 해야 L과 제가 선거를 치러볼 수 있을까요? 우선 뭉쳐야 합니다. 각자의 동네에서 혼자 고민하면 용기도 생기지 않고 발언권도 적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각지에서 같은 고민하는 2030 정치인 n명이 모임을 만든다면, 영향력은 흩어져 있을 때의 영향력 곱하기 n 이상이 됩니다.

게다가 그 n명의 정치인이 기발한 캠페인으로 국민의 동의를 끌어낸다면 규칙을 바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미 있는 ‘신인 가산점제’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겁니다. 도전자를 환대하는 규칙 말입니다.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실전을 경험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더불어민주당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공감대가 있는 친구들과 의논해서 실행에 나서야겠습니다.

저는 L 같은 친구들이 내년에 꼭 선거에 출마했으면, 그래서 변화를 만들어 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구체화되면 또 말씀드릴게요!

이대호 드림.


*지난주 편지 <이재명 캠프에 제안하려다 포기한 것>에 이광재 국회의원께서 공개적으로 답장을 써주셨습니다. 이 편지에 등장한 ‘이 선생님’이 바로 이광재 의원님입니다. 진솔한 편지를 보내주셔서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답장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