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인에겐 '당선을 쉽게'말고, 'OO'를 쉽게!

민주당 2030 정치인 간담회 참여 후기

청년정치인에겐 '당선을 쉽게'말고, 'OO'를 쉽게!

오늘 날이 살짝 포근했는데, 편안한 화요일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며칠 전 당에서 마련한 2030 정치인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저처럼 출마하려는 또래 정치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공감이 갔던 점, 반대로 공감이 가지 않았던 점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당선을 쉽게 VS 출마를 쉽게

사진설명: <더불어민주당 2030 청년 정치인 간담회>에서 이대호가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 전반부에는 각자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삼십 대 후반임에도 ‘아직 나이가 어리니 나중에 출마하라’며 출마 포기를 종용받은 이야기, 각종 행사에 열심히 출석했더니 행사마다 나타난다고 ‘쪼르르 청년’이라는 모욕을 들었던 이야기,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선거를 준비하다보니 생활비가 모자라 신용대출 받은 이야기 등 고생담이 많았습니다.

후반부에는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좋은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게끔 하려면 당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에 관한 대안을 논의했습니다. 대안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당선을 쉽게’만들어주는 방법과 ‘출마를 쉽게’만들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의 예시로는 ‘기초의원 청년 공천 할당제’가 있습니다. 시의원, 구의원 후보자를 당에서 정할 때 청년에게만 배정해야 하는 몫을 정해두는 방법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만 39세 이하 당선자는 6%에 불과했습니다. 할당제를 도입하면 이것을 상당부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민주당에서 논의하는 정당 개혁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후자의 예시로는 ‘컷오프 절차 폐지’ 등이 있습니다. ‘컷오프 절차 폐지’는 청년 정치인 상당수가 출마를 해도 당내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컷오프 됩니다. 이때문에 도전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으니 결격 사유가 없으면 당내 경선에 진출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돈 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는 2030을 위해 일정 인원을 선발해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출마를 쉽게

이 날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출마를 쉽게’ 만드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당선을 쉽게’하는 정책이 ‘출마를 쉽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할당제가 생겨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까요. 그렇지만 ‘출마를 쉽게’하지 못하면 ‘좋은 청년 정치인’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당선에 이르는 어려운 과정’은 정치인에게 성장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당 활동을 하며 겪을 수 있는 부당한 모욕과 폭력은 그다지 유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 그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일, 막막한 문제에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일들을 치열하게 겪어내는 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에 좋은 스타트업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창업을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이후의 과정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기 때문에 뛰어난 기업들이 나옵니다. 많은 사람이 창업하니 경쟁이 촉진되고, 사람과 아이디어가 창업 생태계 내에서 마구 뒤섞이며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의 품질이 높아지려면 '출마를 쉽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도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당선을 쉽게’ 만드는 건 출마를 쉽게하기 위한 '수단'일 때 유효합니다. 물론 신예 정치인이 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전’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이 좀 크다는 단점이 있으니 그것을 완화할 대안도 있어야겠죠.

기회개방공천제

이런 고민 꾹꾹 눌러 담아 제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님께 공개 편지를 써봤습니다. 아직 답변은 없으신데, 후보님께서 꼭 한 번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글이 그리 길지 않으니 여러분도 한 번 읽어봐주시구요, 혹시 이재명 후보님에게 이 편지를 전할 좋은 방법이 떠오른다면 알려주세요. 바로 실행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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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님 '무공천'이 아니라 '기회개방공천'을 제안합니다

이재명 후보님 안녕하세요. 저는 32세 민주당원 이대호라고 합니다. 내년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틀 전 후보님께서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대해 '무공천'을 검토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뜻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 취지를 살려 '2030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개방하는 기회개방공천'을 제안드립니다.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5곳 모두 2030 당원에 한해 공천 기회를 부여하는 특별당규 제정을 당에 건의하여 추진해주십시오.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의 화두는 '청년'과 '미래'입니다. 후보님을 비롯해 많은 기성 세대 정치인이 ‘청년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 변화에 대응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앞다퉈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청년과 열심히 소통하고 다양한 청년 정책을 제안합니다.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성 세대 정치인도 청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의 문제는 우리 세대 스스로만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 안팎에 좋은 관점과 뛰어난 역량을 가진 2030 시민이 많습니다. 공동체의 발전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나서고 싶지만 지금 정치 구조에서는 준비 기간이 매우 많이 필요합니다. 시차가 크게 발생합니다. '기회개방공천'을 선언하시면 이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들이 치열한 선거를 뚫고 국회에 입성한다면, 2030은 누군가 대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세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한계를 책임지는 정치적 주체가 될 것입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 청년 세대의 마음을 울리는 언어가 쏟아지며 활기가 돌면 시민들은 다시 정치에 기대를 걸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청년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낚시대를 건네주십시오. '기회개방공천'을 결단하고 실행하시면 우리 민주당은 2021년 어려운 결단으로 청년 세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책임감 있는 정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집권여당의 책임감으로 '무공천'이 아닌 '기회개방공천'을 적극 검토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대호 드림.

편안한 저녁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