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건 참 잘 했는데?

리스너 프로젝트

민주당이 이건 참 잘 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 화요일을 함께 맞이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2022년도 우리 함께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봐요!

오늘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잘 하고 있는 일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리스너 프로젝트’인데요. 어떤 프로젝트이고 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시작합니다.

77년생 대통령 후보의 캠페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그랑드 마르슈’라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5,000명의 자원봉사자가 2만 명의 시민을 인터뷰하는 것입니다. 이때 나눈 이야기는 대선 공약으로 반영됐습니다. 민주당도 이번 대선에서 ‘그랑드 마르슈’를 참고해 ‘리스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백 명의 당원이 직접 리스너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리스너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큰 끌림은 없었습니다. ‘그랑드 마르슈’를 참고한 캠페인이야 한국에서도 이미 많았으니까요. 프로젝트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열심히 준비하는 일이니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저는 이 프로젝트를 정말 좋아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이 지금 하는 일 중에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 장애아를 ‘길렀었던’ 이야기

저와 통화를 나눈 최 선생님은 40대 초반 남성입니다. 경기도에 살고, 공공기관에 재직하는 직장인입니다. 동네의 동년배 아저씨들과 맥주 한 잔 하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잘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은 월급쟁이라 코로나로 타격이 없지만, 주변 자영업자,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최 선생님과 이렇게 다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발달 장애인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최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사전 설문에 ‘발달 장애인 정책’과 관련된 제언이 쓰여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발달 장애인 정책에 관심 갖고 계신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를 여쭤봤고, 최 선생님은 ‘발달 장애인 아이를 길렀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제가 과거형이라 조금 신경 쓰면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돈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10년 전 아이가 태어나고 맞벌이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누군가 24시간 돌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육아를 전담하면서 수입이 줄었는데, 치료와 교육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은 늘었습니다.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150만 원이 다달이 나갔습니다. “그것도 제가 직장을 잘 다니는 편이라 가능했던 거고, 돈 없어서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도 정말 많아요.”

자녀를 잘 돌보려고 함께 노력했지만, 배우자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합니다.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는 일 자체가 정신적으로 쉽지 않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쳐 지쳐갔습니다. 최 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같이 살아도 서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에서 전수조사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발달 장애인 키우는 부부의 이혼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높을 거예요.”

찾아가는 리스닝의 가치

권한도 없는 제게 너무 성심성의껏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최 선생님, 죄송하게도 제가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은 그냥 이 리스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들려주신 이야기 최대한 자세히 적어서 당에 보고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100%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렇지만 제게 이렇게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최 선생님으로부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니에요. 저 이런 이야기 어디 가서 못하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좀 무거운 이야기고 좋은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오늘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할 기회가 많습니다.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조직의 생각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의 생각은 찾아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생각도 정치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게 됩니다.

리스너 프로젝트는 ‘중요한 생각’이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품질을 높이는 본질적인 작업입니다.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저를 포함한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물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당장 정책화되지 못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저부터가 최 선생님과의 대화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앞으로도 열심히 들으러 다닐 생각입니다.
혹시 제가 만나서 이야기 들어봤으면 하는 친구가 있으시면 꼭 소개해 주세요.

올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