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노인을 위한 식당은 있다
어르신 식사 지원 정책 현장 탐구
화창한 금요일 오후였는데 볕을 좀 쬐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좀 따뜻하다고 합니다!
요즘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많잖아요? 저희 할머니 두 분도 혼자 사시거든요. 오늘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사를 어떻게 하시는지 알아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동네마다 어르신들만의 식당이 있다
작년 연말 성남시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간단한 봉사활동이었어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그냥드림’이라는 사업이 있거든요. 치약, 비누 같은 생필품이나 라면, 참치캔, 쌀 같은 식품을 조건 없이 나눠드리는 것입니다. 나눠드리는 역할 할 사람을 모집하기에 봉사활동을 신청해 하루 다녀왔습니다.
‘그냥드림’ 정책이 궁금해서 가본 건데요. 막상 가보니 ‘경로식당’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몰랐는데 사회복지관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식사하실 수 있는 경로식당을 운영합니다. 이 식당에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무료로 식사를 하실 수 있고요. 형편이 어렵지 않은 분들은 저렴한 밥값을 내고 식사를 합니다. 평일 점심만 운영합니다.
연세가 많은 분이 혼자 사시면 챙겨 먹기 어려우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정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식단을 살펴보니 메뉴도 좋았습니다. 집에서 챙겨 먹으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려운데 ‘경로식당’이 어르신 건강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인데 괜찮을까?
그런데 문득 코로나 유행이 심할 때도 경로식당 운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안 그래도 한동안 운영을 못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경로식당 이용자는 대부분 어르신이라 여러 사람과의 접촉을 특히 조심하셔야 하니까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셨냐고 하니, 배달의 민족답게 식사를 집으로 배달해드렸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우리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한국의 행정 시스템은 참 잘 합니다. 하던 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와도 대책을 세워서 목표를 달성하니까요.
최근에는 말로만 들었던 ‘식사 배달’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동네 경로식당에서 조리사님들이 만든 반찬을 포장하고, 25개 집에 배달하는 활동이었어요. 이 정도 수량이면 필요한 분들께 다 돌아가는 거냐고 여쭤봤거든요. 복지사님 말씀으로는 다 돌아가지 못한다, 한 20여 분 정도 더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산의 한계로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성남은 잘한다
어르신의 식사 지원 정책을 살펴보니 정부가 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로식당도 운영하고, 집집마다 반찬도 배달하고, 가공식품을 매주 나눠드리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께 여쭤봐도 ‘약간 더 많은 분께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지금도 필요한 분들 중 다수가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남시는 잘 하는 편입니다. 경로식당 정책에 관한 경기복지재단의 연구자료(경기도 저소득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경로식당 개선방안 (2017))를 살펴보니, 성남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경로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경로식당 수도 가장 많고, 이용자 수도 가장 많았습니다. 어르신의 식사를 잘 챙기는 좋은 도시인 것이죠.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고, 지금은 평일 점심만 제공하지만, 주말이나 저녁까지 제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잘 예측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건강한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나 제 부모님이 노인이 됐을 때 밥을 잘 챙겨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먹는 거 인생에서 참 중요한 거니까요.
이번 설에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밥 어떻게 챙기고 계시는지 한 번 자세히 여쭤보면 어떨까요? 생각해보면 평생 우리한테 밥 잘 챙겨 먹는지 묻고 계신 분들이잖아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