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요즘 계단 그거는 하고 있냐?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 (19)
햇살이 화창한 금요일이었는데 낮에 산책 좀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계단정복지도의 근황을 공유합니다. 계단정복지도, 꾸준히 잘 하고 있는 건지 오랜만에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황: 매주 토요일, 일요일 두 시간 정복 중
요즘은 계단뿌셔클럽 시즌 3가 절찬리에 진행 중입니다. 1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클럽 멤버들이 모여 계단을 정복하고 있습니다. 시즌 3은 이전과 다른 점이 있어요. 날씨가 춥다 보니 대규모로 인원을 모집하고, 신규 멤버에 대한 현장 교육을 꼼꼼히 하면서 활동하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소규모로 기존 멤버들 위주로 정복 활동을 합니다.
사실 1월 1일에는 아무도 안 오셔서 저 혼자 했습니다. 홀로 정복하는 불쌍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계단뿌셔클럽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씨 좋은 분들이 대거 함께 해주셨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10명 가까이 나와주신 날도 있었어요. 연중 가장 추운 1월에 말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션임파서블이라는 방식으로도 정복하고 있습니다. 동료 하영 님의 아이디어였는데요. 멤버분들이 개별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정복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태평역 근처 제가 정복할 테니 정복 대상 점포 목록 뽑아서 주세요”라고 하시면 퀘스트를 만들어서 보내드립니다. 처음엔 이걸 참여해주실까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실지 모르지만 현진 님, 딸기 님 정말 감사합니다!
성과: 76.35% 정복 완료
계단정복지도의 목표는 성남시에 있는 주요 역세권, 상권에 있는 편의시설 9,000여 개의 계단 정보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중 약 76%를 정복했습니다. 시즌 1, 2, 3을 거치며 300명이 넘는 멤버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입니다. 아직 24% 정도 남았는데요. 다가오는 선거운동 기간에 틈틈이 캠프 멤버들이랑 채우면 100% 달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성과가 있습니다. 계단정복지도 활동을 인상 깊게 봐주신 성남시 장애인연합회에서 협업할 방안이 있을지 논의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안 그래도 계단정복지도를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이동약자 성남시민들께 홍보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요, 감사히도 먼저 연락을 주셔서 2월 중에 협업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깨달은 점: 내가 모르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를 하다 포기할뻔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계단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돈 한 푼 없이 성남시민들로 하여금 9,000개의 계단 정보를 자발적으로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걸 알았을 때, 날씨는 너무 춥고 클럽 활동 신청자는 없는데 혼자 정복 활동을 해야 했을 때. 그때마다 ‘그냥 적당히 출구전략 찾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포기하지 않았을까? 거듭 고민해봤는데요. 결국은 제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어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약 제가 인터넷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어딘가에 있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겪는 불편을 막연히 상상하면서 열정을 유지하는 건 저로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는 친구가 겪는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그가 겪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하고, 2022년에도 ‘계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어있지 않은 상황’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를 잘 아니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동료 시민들을 알게 됐고요. ‘날씨도 춥고 오늘 어차피 다른 사람들 안 오는데 그냥 쉴까’ 싶다가도 계단 정복하러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중요한 문제를 겪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테니까요. 중요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문제라도 제가 모르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즐거운 설 명절 연휴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부디 재충전의 시간도 가지시기를요!
새해 복을 가득 담아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