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구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

그린벨트 프로젝트 (3)

갑자기 대구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

즐거운 화요일 삼일절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금 SRT를 타고 대구에 가고 있습니다.

사진: 대구 동성로의 그린벨트 멤버들

2045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 멤버들과 함께입니다!

근데 갑자기 웬 대구냐고요? 대구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고생스럽게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선거 유세에서 발언을 요청받았는데요. 어제부터 급하게 쓴 연설문으로 오늘 편지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저의 요즘 고민이 듬뿍 담긴 글이니 한 번 읽어봐 주세요!

으, 빨리 외워야지!


대구 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 성남에서 왔습니다.
성남시 분당갑 선대위 선거운동원이자 신인 정치인인 이대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초면이지만 제가 여러분께 한 가지 비밀을 고백합니다.
저는 사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대호씨,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 같아?”라고 누가 물어보면,
“열심히 해봐야죠”라고 돌려서 답하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저는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하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구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제 대구에 이재명 후보가 다녀가셨습니다.
양당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
권력을 양보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대구 연설을  듣고,
저는 우리가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현명한 우리 국민은,
권력을 양보할 준비가 된 세력을
언제나 선택해왔기 때문입니다.

참 역설적입니다.
권력은 양보할 때 커지고 독점할 때 작아집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DJP 연합에 성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단일화 협상에서 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조건에 맞추고 양보하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대승을 거뒀지만,
‘180석이나 몰아주었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어제 말했습니다.
유능한 인재라면 정파를 막론하고 등용해야 한다.
상대편이 못하기만을 바라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비주류의 의견도 제도권에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양당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통합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집권 여당은 큰 권력과 책임을 가지는 기득권입니다.
국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주류 세력입니다.
저는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서 기득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품격 있는 기득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최대 임무는 기득권을 양보하고,
타협과 통합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함부로 힘을 사용하는 가짜 기득권이 아니라,
상대에게 양보하고 다른 편을 존중하는 진짜 기득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벌써 국민 통합 정부를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물었습니다.
‘국민 통합 정부, 취지에 동의하지만 진짜 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이재명과 우리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의원총회를 열어서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정치개혁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양보하더라도 양당 기득권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후보의 신념과
이재명에 회의적인 사람들 조차 인정하는 강력한 실천력으로 해낸 일입니다.

그런데 국민 통합 정부를 완성하는 일
이재명 개인의 힘으로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 계신 분들,
국민과 당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행동을 해나갈 때 격려해야 합니다.
때로 그 길에서 벗어나면, 애정어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양보’하고 ‘협치’하느라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답답하더라도,
결국엔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가 가장 빠르고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으로,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기득권 양당체제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제 말이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가 어제 대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대구에서 해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는 국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신중한 유권자들이 많이 계신 곳입니다.
우리 민주당의 최전선이자 험지이기도 합니다.

이 험지에서 선거운동하고 계신 우리 백수범 후보님을 비롯한 당원 여러분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더 많은 냉대를 견뎌야 하고,
더 밝고 상냥하게 웃어야 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대화하고 계시지요?
정말로 고생이 많으시고,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수많은 이견들과 맞닿아있는 대구의 정치가 진짜 정치입니다.
다른 생각 가진 사람을 존중하며 끈질기게 설득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일,
결국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일,
그렇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최전선,
그곳이 바로 대구이기 때문에
‘국민 통합 정부’라는 가슴 설레는 기획은 대구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위대한 정치 세력입니다.
민주주의가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를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나라를 복지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IT 강국, 창업 강국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 당이 더 탁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더 엄격해질 것을 요구하고,
한 번 한 약속은 손해가 되더라도 뒤집지 말기를 바라고,
소외된 이웃의 삶을 더 필사적으로 챙기기를 기대하며,
다른 입장을 가진 세력들과 권력을 나누어 ‘통합’을 이뤄내길 희망합니다.

이런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이재명 정부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누구나 자기 편 하나쯤 있는 공동체,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국민 통합의 사회를 만들어갑시다.

바로 이곳 대구에서 재보궐 선거에 승리하고,
대선에서 승리해서
국민 통합 정부를 여기 계신 당원 여러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와 우리가 함께 만든,
더 나은 미래의 대구에서 다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