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 번 해볼까?

낙선자 일자리 문제 (2)

사업을 한 번 해볼까?

갑자기 비가 쏟아지곤 했던 화요일입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지난 편지에서 ‘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들이 생계와 성장을 다 잡을 수 있는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정책역량을 기를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해!

정치인에게 중요한 역량을 두 개 꼽으라면 ‘조직’과 ‘정책’입니다. 조직 역량이란 거칠게 정의하자면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동료, 지지자 수를 의미합니다. 정책 역량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기획하거나 집행, 또는 지휘하는 능력입니다.

신인 정치인이 당선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르기 어려운 것은 보통 후자입니다. 조직 역량이 없으면 당선이 불가능합니다. 당선자가 된다는 건 ‘조직 역량’을 기준 이상 갖췄다는 방증입니다. 반면 정책 역량은 당장 요구되지 않습니다. 도전자는 정책 역량을 써먹을 일도 적고, 검증받는 일도 없습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을 ‘조직’에 쓰는 것이 합리적 선택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책 역량, 즉 문제해결력을 갖춘 정치인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정책 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있어야 합니다. 생계를 위해 시간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정책 역량을 기를 기회 말입니다.

낙선자를 고용하는 연구소 설립

“대호님,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회 의원들이 연구용역을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이 확대된 거 아세요? 전에는 자치단체를 통해서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의원들이 직접 필요한 연구가 있으면 의뢰할 수 있대요. 전국으로 따지면 수백억 규모의 연구 용역이 생겨날 거예요. 연구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열심히 알리고 있어요. 일감 많아질 텐데 좋은 연구 많이 해보라고요!”

얼마 전 만난 동료 한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연구소를 만들어서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낙선자들을 연구원으로 고용하면 좋겠다는 논의로 이어지더라고요. 원래 정부는 연구소, 기업, NGO에 연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 개정으로 이제 ‘동네(지방자치)’와 관련된 연구들이 더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낙선자들이 동네에 관한 정책 역량을 계발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넓어졌습니다. 물론 개인이 연구를 수주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기관에 고용되거나, 새로 연구소를 만들어 사업을 직접 수주해야 합니다. 지방의회에서 일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막 법이 바뀌어 연구를 맡을 연구소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연구를 의뢰하고 싶어도 맡길 곳이 없어 못 하는 경우도 많을 거라고 합니다.

그린벨트 연구소를 만들면 어떨까?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린벨트의 역할은 ‘도전자를 격려하고 필요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지 않으니 직접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해본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니 이 역할이 당장 필요하지 않게 돼 앞으로 그린벨트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요즘 다 같이 고민 중입니다.

낙선자의 생계와 성장을 책임지는 일 역시 정당이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가칭) 그린벨트 연구소’를 만들어서 신인 정치인들이 정책 역량 계발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그린벨트의 향후 계획을 수립하게 될 텐데, 그때 동료들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요즘 저는 바쁜 일이 생겼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바쁜 일인데요.
무엇인지를 다음 편지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위와 냉방병 조심하세요!
이대호 드림.

*제 메일 계정에 문제가 생겨서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는 이메일이 모두 반송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답장을 보내주셔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7월 7일 이후로 보내주신 메일은 제가 받지 못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