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 (22)
포항에는 정말 큰 난리가 났네요.
부디 별 탈 없으셨기를 바라겠습니다.
큰비와 태풍에 고생 많으셨어요!
그저께 계단뿌셔클럽 팀 회식을 했습니다. 양꼬치도 맛있게 먹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돌아와 혼자 곱씹다 보니 ‘아뿔싸!’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아뿔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팀을 꾸릴 수 있었던 이유
“대호님은 좋은 팀이 있어서 참 부러워요. 어떻게 그렇게 든든한 팀을 꾸렸어요?”
이동권 활동가로 활약하고 계신 홍 선생님께서 통화 중에 물으셨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답변을 드렸는데, 통화가 끝나고 위 질문을 곱씹게 됐습니다. 저는 어떻게 이렇게 든든한 동료들과 팀을 이루게 됐을까요?
생각해보니 계단정복지도 V1을 잘 해낸 것이 비결입니다. V2는 별로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경쾌하게 미끄러져 나가는 빙판 위 썰매 같습니다. V1 멤버 절반 이상이 그대로 합류했습니다.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다른 팀원들이 알아서 모셔왔습니다. 재미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보람에 허기진 사람에게는 보람을,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돈까스를 내밀며 제가 한 명, 한 명 꾀어냈던 V1 때와 달랐습니다.
운영 자금 조달도 수월합니다. V1 때의 경험이 있으니 예산을 쉽게 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근거로 제가 소속된 NPO 아그니카가 초기 운영 자금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또 행정안전부의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선정돼 600만 원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운영비를 마련하려고 공들여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주변 분들께 영업해야 했던 작년과 비교해 참 순조롭습니다.
근데, 너무 순조로운 거 아니야?
위기의 징후는 낙관이다
전에 한 경제 전문가 선생님께 ‘경제위기가 오는 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나요? 경제위기의 징후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시장에 낙관이 팽배할 때 위기가 옵니다. 시장이 불안으로 가득할 때는 위기가 잘 오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작년 계단정복지도 V1을 만들던 시절 저는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팀원들이 프로젝트 활동에서 불쾌함을 느끼거나 불만족스럽거나 부담스러워서 떠날까봐 늘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매주 행복도를 조사했고, 개별적으로도 자주 연락했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프로젝트 참여가 버거운 것은 아닌지 꾸준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지금은 알아서 잘 되겠지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의 마음 건강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제품의 완성도, 캠페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잘 되겠지!’ 낙관하고 있습니다. 낙관이 위기의 징후라는 설명에 동의하는 저로서는 아차 싶었습니다.
회식 때 옆자리에 앉았던 프론트엔드 개발자 Y의 팔뚝에 외국어 문장으로 된 문신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여쭤봤더니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뜻이랍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입니다.
노력하고 방황하면서 게으른 낙관을 경계해야 위기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좋은 팀과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요즘을 반성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소중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말이죠. 든든한 팀과 꾸준히 일하려면 해이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조만간 세상에 없었던 재미있는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다음 주에는 어떤 행사인지 소개하고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