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참 좋았어… 근데… 뭐가 좋았더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안 쓰는 유럽인들

이번에 유럽 여행하며 알게 됐는데 유럽에서는 아무도 마스크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마스크를 깜빡하게 됩니다… 조심해야지…

일 치르고 나면 ‘와, 참 좋았어!’ 하는 생각이 들 때 있잖아요? 그런데 곰곰이 궁리해보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고, 유익했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말씀 드렸던 <정치 해커톤 2022 폴리톤> 끝나고 그랬습니다. 뿌듯하고 좋았는데 자세히 이유를 따져봐야겠더라고요. 오늘은 <폴리톤>을 치르면서 배운 유익한 것을 소개합니다.

무난한 진행과 사고 없는 마무리

<폴리톤>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정치적 문제해결을 목표로 한 ‘문제해결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문제 제기 말고 문제해결하고 싶은 분들 모이세요’라고 했더니 34분이 찾아오셨습니다. 4주 동안 9개 팀으로 나뉘어 팀별로 ‘문제해결 로드맵’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행사는 OT, 중간공유회, 결과발표회로 세 번 열었습니다.

9개 팀 중에서 7개 팀이 최종 결과물을 내고 수료했습니다. <폴리톤>의 요구는 ‘계획’을 만드는 것까지였지만, 3개 팀은 만든 계획을 앞으로 실제 실행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내심 바랐던 바이지만, 1/3이나 도전에 실제로 나서실 줄은 몰랐습니다.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아그니카의 첫 공개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었습니다. <폴리톤>은 아그니카의 COO를 맡고 계신 소희님이 총괄기획을 하셨는데요. 소희님 특유의 세심한 기획으로 온화하고 따뜻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까지 참가자를 배려해야해?’ 의심했던 적도 있는데, 결과를 보니 소희님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덕분에 참가자들께서 편안함을 느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운 점 1: 완벽하지 않아도 해보는 것이 낫다

프랙탈 팀의 발표

<폴리톤> 기획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치적 문제 해결’을 정의하고 참가자들께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출 권력을 갖고 있지 않은 직장인, 학생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 해결’이 무엇이 있을까요?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움직여 법률을 개정하는 것, ‘계단뿌셔클럽’처럼 공공재를 직접 만드는 것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 외에는 열심히 궁리해보아도 마땅히 제시할 수 있는 설명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논의하면 저희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결과들이 나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을 골인 지점까지 능숙하고 완벽하게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폴리톤>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완벽하지 못해 조금 머쓱한 순간이 있더라도 감수하자고 판단했고, 그 결과 다양한 문제해결 로드맵의 사례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참가자들이 4주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거든요.

우수팀에 선정된 FYI팀
  • 아이디어 1: 보호 종료 청년을 디지털 튜터로 고용해 컴퓨터 사용을 잘 못 하는 ‘초딩컴맹’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운영 → 보호 종료 청년 자립 기반 강화
  • 아이디어 2: 지난 지방선거 공천자들을 인터뷰해 공천의 복잡한 원리를 분석한 보고서 발간 → 불투명한 정당 공천의 투명성 제고
  • 아이디어 3: 청년 정치인의 출마 장벽을 낮춰주는 정치 인프라(후원금 모금/홍보물 제작/선거운동 사무소 등) 공동구매 중개 → 출마 비용 낮춰 더 많은 청년 출마 유도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크게 폐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해보는 것이 낫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배운 점 2: 다루기 알맞은 문제를 발견해야 시작할 수 있다

폴리톤 참가자 단체 사진

‘큰 문제’가 인기가 많습니다. ‘정치 양극화 해소’ 같은 문제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매력적입니다. 해결하면 정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큰 문제는 범위가 넓고 당사자를 특정하기 어려워서 추상적입니다. 문제가 추상적이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또 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자원이 드는데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좀 목표를 줄여보면 어떨까요?”

여러 팀과 대화하다 보니, ‘줄이기’가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OO당의 소통 플랫폼 만들기’를 ‘OO당 OO지역 대학생위원회 소통 플랫폼 만들기’로 줄이는 것입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훨씬 실행계획을 세우기가 쉽습니다. 실행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기획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팀이 알맞은 문제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관찰하다 보니, ‘내게 잘 맞는 문제’가 어디엔가 꽁꽁 숨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거창한 문제에 매달리면 고민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줄여서라도 시작하면 배우거나 얻는 것이 있고, 배우고 얻은 것으로 더 큰 문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두 번 폴리톤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혹시 관심은 있지만 이번에 참여를 못 하신 분들은 내년에 꼭 참여해주세요.
뜻이 통하는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시차 적응 못해 해롱대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