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명장면은 무엇입니까?

그린벨트 프로젝트 (8)

올해의 명장면은 무엇입니까?

오늘은 ‘그린벨트 이야기’입니다. 개발제한구역 이야기 아니고요. 제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2045 당원 모임 그린벨트’ 멤버들이 모여서 민주당의 명장면과 흑역사를 같이 꼽아 본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꼽은 명장면과 흑역사는 무엇이었을까요?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

발표하는 이대호

그린벨트는 내년에 전국을 돌면서 그 지역 당원들을 초대해 ‘공론장’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 공론장의 성격은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이견을 들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견을 가진 사람과 토론할 기회가 늘어나면 보다 민주적인 토론이 쉬워지고, 균형 잡힌 공론을 우리 당이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그린벨트의 전략은 3단계입니다. ‘(1) 오프라인 공론장 프로그램 설계 (2) 지역위원회와 협력해 행사 개최 (3) 피드백 반영해 보완하고 다른 지역에서 개최’의 반복입니다. 그러려면 첫 단추를 끼워야 합니다. 외부에서 행사 열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에 열린 그린벨트 공론장 ‘그린데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공론장’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준비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성과 공유회, 비전 공유회를 추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장장 3시간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

2022년 민주당의 명장면과 흑역사

공론장 주제는 ‘2022년 민주당의 명장면과 흑역사’였습니다. 너무 논쟁적인 주제를 택하면 ‘이견’을 넘어 ‘분노’를 교환하게 될 것 같고, 학문적인 주제를 택하면 귀가 시간만 기다릴 것 같았습니다. 이견이 있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를 찾다 ‘연말 시상식’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당에 상을 준다면, 무엇에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듬은 것이 ‘명장면과 흑역사’입니다.

그린데이의 드레스 코드는 크리스마스

그린데이에 참석한 30여 명이 각자 2개씩 장면을 뽑았습니다. 그런 뒤에 모둠별로 토론했고, 모둠별로 3개 장면을 합의해서 추렸습니다. 90분간의 대화를 거쳐 도출된 명장면과 흑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장면

  • 그린벨트 멤버 최중증 장애인 조연우 전국장애인위원장 당선
  • 김동연 경기도지사 극적 선거 승리
  • 그린벨트의 등장
  • 박지현 - 이재명 홍대 합동 연설
  • 청년 출마자 지방선거 대거 등장

흑역사

  • 수박 / 개딸 / 더탐사 논란
  •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
  • 화물연대 파업
  • 김진표 국회의장 동성애자 치유 회복 운동 발언
  • 소속 정치인들의 성 추문

중요한 건 끊임없는 의미 부여

참가자들이 뽑은 명장면을 보고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예상한 장면들은 사회적으로 더 유명하고 많이 알려진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린벨트의 등장이나 조연우 전국장애인위원장 당선이 제게는 아주 의미 있는 명장면이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도 소중한 장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객관적인 기준’에서 인정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기뻤다는 뜻입니다. 객관적인 기준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특히나 그린벨트처럼 아무런 기반도 없이 꿈과 희망만을 가진 팀에게는 객관적 기준이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건 우리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사랑과 인정입니다. 남들이 모르더라도, 우리 스스로는 자세히 관찰해서 의미 있는 점들을 발견해서 칭찬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멤버들이 함께 만든 장면들을 ‘명장면’이라고 말해줘서 놓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유일한 현장 축사자 김병관 분당갑 지역위원장

이날 참석해 축사해주신 김병관 분당갑 지역위원장님은 “(그린벨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린벨트 같은 사적인 모임보다 청년위원회 같은 공조직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조직이 갖는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같은 모임은 기반이 없어 유지되기가 상당히 어려워 걱정을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린벨트 시작총회 (2022. 1. 11)

맞습니다. 그린벨트는 중간에 유야무야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지만, ‘이게 될까?’ 하는 좌절에 빠졌던 순간, ‘돈 한 푼 안 되는 이따위 일!’ 다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성과에 대한 몹시 주관적인 의미 부여, 함께 하는 동료에 대한 편파적인 애정, 무슨 일이 됐든 함께 하면 즐겁겠다다는 끌림이 1주년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이름도 괴상한 모임 그린벨트에 함께 해주신 동료 여러분,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입장이 달라도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