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가장 약한 자를 보살피는 조연우 팀 이야기 (5)

당선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야심 찬 새해 계획을 세우러 제주에 왔습니다. 여기는 오-피스 제주(사계 점)라는 워케이션 숙소인데요. 숙소와 공유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예쁘고, 편안하고, 그리 비싸지도 않고 담박하게 일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여러분의 흥미를 끄는 재미있는 계획들을 잘 세워서 돌아갈게요!

오늘 편지의 주제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 된 조연우와 그 팀의 좌충우돌’입니다. 당선될 때는 참 좋았는데요. 막상 업무를 시작하고 보니 난감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순간이동 기술이 필요해!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조연우 위원장

가장 어려운 점은 ‘이동’입니다. 전국장애인위원장은 당대표가 주재하는 중요한 회의만 한 달에 두 번 참석해야 합니다. 외부 미팅도 점점 늡니다. 장애인 당원들이 바라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니 국회도 자주 가야 합니다. 세상에 장애 관련 행사와 단체는 어찌나 많은지, 인사도 열심히 드리러 다녀야 하지요. 전국 각지의 당원들도 만나야 합니다.

조연우 위원장님의 집은 서울 구로구입니다. 서울 어딘가로 이동할 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합니다. 운이 좋으면 3~40분 만에 탑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는 속절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국회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는 데 무려 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래서는 하루에 미팅 하나 하기도 쉽지 않고,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나 많습니다. 할 일도 많은데요!

더 난관은 비수도권에 갈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2년 뒤 총선을 잘 치르려면 지금부터 전국 곳곳의 장애인 당원 조직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국장애인위원장이 각지의 당원들을 만나 건의 사항도 듣고, 친해지고, 동기부여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 콜택시는 수도권 밖으로 아예 가지 않습니다. KTX를 타고 도시를 이동해 거기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러모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당 총무국과 차량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는 합니다. 이참에 사례를 제대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치고 나갈 타이밍을 놓친다

당대표는 당비 얼마나 낼 것 같으세요? 정답은 월 200만 원입니다. 직책을 맡은 당원은 ‘직책당비’라는 것을 내야 하는데요. 직책에 따라 적으면 2,000원, 최대 200만 원까지 늘어납니다. 조연우 전국장애인위원장은 전국위원장이라 10만 원을 냅니다.

지난주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는 20대 당원들의 직책당비를 감면하는 방안에 관해 토의했습니다. 대학생위원회에는 다양한 직책들이 있는데요. 당연히 다 무급이고요. 맡으면 외려 직책당비를 월 몇 만 원씩 내야 합니다. 소득이 없는 20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전국대학생위원장님이 100% 감면하자고 제안하셨고, 긍정적으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조연우 위원장

회의가 끝나고 대학생위원장님이 따로 “아까 논의할 때 장애인 당원도 직책당비 낮추자고 얘기해도 좋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장애인 당원도 소득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하필 그날 마이크와 스피커가 없었습니다. 연우님은 산소호흡기를 사용해 목소리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이 마이크, 스피커를 사용해 대화하면 소통이 원활합니다. 근데 그날은 집에 놓고 왔지 뭐예요. 그래서 발언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마이크가 있었어도 손을 드는 등의 제스쳐를 취할 수 없으니 격론이 오가는 회의에 치고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온라인 회의의 경우 ‘손 들기’ 기능을 사용하면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할 수 있는데 대면 회의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지 고민이 됩니다.


안 쓰는 방인줄 알았다며 장애인위원장실 한 켠에 쌓여있는 집기들

조연우 팀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최중증 장애인이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한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의미 있는 걸음 걸음이지만, 여건과 상황에 대해 상당히 짜증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옆에서 보는 저도 짜증이 나는데 연우님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뒷사람을 생각해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잘 가봐야겠어요. 그래서 미래의 누군가가 덜 짜증 난다면 조금 뿌듯할 테니까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