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정치인 이대호는 어떻게 먹고 살까?
친구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너는 뭐 해서 먹고살아?”, “당에서 월급 주는 거지?” 아쉽게도 저는 정당의 사무당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에서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먹고 사냐고요? 다들 궁금하셨죠? 이제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저축 + 부스러기 같은 비정기 수입들
그동안 주된 수입원(?)은 ‘저축’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모아둔 월급, 투자를 통해 번 돈을 야금야금 썼습니다. 저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암호화폐에 전부터 투자했는데요. 투자 수익을 선거 과정과 이후 생활에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오르고, 루나, FTX 사태를 거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많이 하락해 슬픕니다. (...)
비정기 수입도 있습니다. 가끔 토론회 등의 행사에 초청받습니다. 행사 규모, 역할에 따라 10만 원 ~ 20만 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습니다.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만족스러운 수입원입니다. 그렇지만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고, 지속 가능하지 않아 이따금의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면 돈을 주는 플랫폼 얼룩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 달 동안 9편의 글을 써서 693,039원을 벌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볼수록 큰 보상을 줍니다. 이대호의 정치 도전기에 연재했던 글을 보강, 편집해 올렸습니다. 이미 써둔 글들이 있어 큰 노력이 들지 않았고, 기대 이상의 보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대호의 정치 도전기 확장판’ 격으로 꾸준히 쓰려고 합니다.
SCC와 그린벨트에 재원 조달해 인건비 만들기
올해 주요 목표는 계단뿌셔클럽(SCC)과 그린벨트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영 재원 중 일부를 제 인건비로 쓰는 것입니다.
한동안 파트타임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정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본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 원래 하던 일을 줄여야 합니다. 정치적 목표 달성에서 조금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SCC, 그린벨트에서 돈 받고 일할 수 있다면 정치적 목표 달성과 멀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하던 저의 무급 노동을 유급 노동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여느 비영리단체가 그러하듯 취지에 동의하는 후원자를 찾고, 성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생존’은 불가능합니다. 정치 활동 없이 생존하거나, 잔고가 떨어져 정치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부탁해!
얼마 전 만났던 미국 연방 하원의원 후보 데이빗 킴은 5명의 풀타임 직원과 10여 명의 파트타임 직원이 함께 일한다고 합니다. 유권자들에게 후원받아 그 돈으로 임금을 지급하면서 2년 동안 팀을 운영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정치인이 누군가에게 돈을 받으려면 후원회를 설립해야 합니다. 그런데 후원회를 설립할 수 있는 사람은 ‘현역 국회의원’ 또는 ‘공직선거 후보자’입니다. 연간 후원 한도는 1억 5천만 원입니다. 저도 성남시장 선거 때 두 달가량 후원회를 운영했습니다. 후보 자격이 없어지면 바로 폐쇄해야 합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선거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이 기회에 정치자금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 제가 후원회를 만들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 생존하기 더 수월해집니다. 정치 활동을 열심히 하고, 그것으로 성과를 증명하고 후원금을 모아서 생활비로 쓰면 되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우회적인 방법을 택해야 하고,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유능한 정치인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걸맞은 환경과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셨나요? 들어보면 저 말고 다른 길거리 정치인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뾰족한 수 없이 임기응변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없으면 잘 안 맞는 길입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기필코 정치인으로 생존하고 싶은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