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 가시는 ‘열성 당원’과의 대화
그린벨트 프로젝트 (9)
지난 토요일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당원 모임 ‘그린벨트’에서 첫 공론장 행사를 열었습니다. 당원들이 이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하는 행사입니다. 저희 동네인 ‘분당갑 지역위원회’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매주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에 나가시는 ‘열성 당원’ 두 분이 오셨는데요. 오늘은 그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느낀 점을 소개합니다.
두둥등장!
매주 토요일 숭례문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 요구 집회’가 열립니다. 강 선생님, 안 선생님은 이 집회에 매주 참석하는 ‘열성 당원’입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에 실망이 크지만,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두 분은 당원 단톡방에서 저와 다른 견해를 강하게 평소 주장하셔서 조금 무섭다고 생각해왔는데요. 혹시나 하고 행사를 소개해 드렸더니 두 분 다 오신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린벨트 동료들과 함께 행사 준비를 끝내고 참석자들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분들이 오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두 선생님 언제 오시나 긴장하며 기다렸습니다. 시작 시간이 됐는데 오시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행사를 시작하려는 그때, 행사장에 두 분이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안 선생님이 제게 와서 나직이 물으셨습니다.
“자네도 혹시 이낙연 지지자야? 아니지?”
두 분이 민주당에 입당한 이유
60대 여성인 강 선생님이 민주당에 입당하신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정부의 무능 때문에 희생당한 것에 화가 났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당대표 선출에 투표권을 행사할 때 자랑스러우셨고, ‘제대로 싸우지 못해’ 선거에 패배할 때 실망스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은 ‘더 제대로 밀어붙여 상대를 제압하고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70대 여성 안 선생님도 입당하신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면서 오만방자한 선출직 정치인들이 많다는 걸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선출직 자리를 자기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자기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보셨다고 합니다.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지 않는 선출직들을 청년들이 비판하고 몰아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분이 조금 편안해지시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화나신 것처럼 보여서 사실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잘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열성 당원’ 분들에 대해 편견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말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공통 분모’가 많아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나면’, 이견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민주당에 실망했던 경험’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저는 이때 ‘연이은 자치단체장 성폭력 사건’ 당시 우리 당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던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강 선생님이 반박하셨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건의 경우는 그 여자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박 시장이 억울하게 당한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일했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 좋아했고 잘 아는 입장에서 가해자인 시장님이 억울할 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피해자가 거짓말할 이유가 전혀 없고, 여전히 큰 고통을 받으며 힘들어한다고요. 강 선생님이 조금 당황하시면서 “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잘 들어 준 젊은 친구의 정중한 반박이 강 선생님의 인식을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충분히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대면해서 이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다면 이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정당 내에서 건전한 공론이 형성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20여 명 대화 나누는 자리 만드는 것도 꽤 공력이 듭니다. 그런데 민주당원은 400만, 대한민국 국민은 5,000만이 넘습니다. 어느 세월에 모두를 공론장에 초대하죠?
곧 선생님들 모시고 퇴진집회에 따라가기로 한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