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혁을 시도했는데 큰 반발에 직면했다

가장 약한 자를 보살피는 조연우 팀 이야기 (6)

작은 개혁을 시도했는데 큰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작은 개혁을 시도해 소박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이하 전장위) 실무자로서 부위원장, 운영위원 임명 작업에 참여했는데요. ‘알음알음’ 임명해왔던 것을 처음 ‘공개모집’했습니다.

에계? 그게 무슨 개혁이냐고요? 그런 서운한 말씀을! 시작부터 큰 항의에 부딪혀야 했답니다.

알음알음에서 공개모집으로

공개모집 포스터

전국장애인위원장은 위원회 임원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전장위 부위원장 30명, 운영위원은 수십 명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월급 나오는 자리는 아니지만, 원하시는 분이 많은 명예로운 직책입니다. 전체 장애인 당원의 대의 기구인 전장위 운영에 의견을 내고 주요 사안을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 나갈 때 꽤 괜찮은 경력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위원장이 ‘알음알음’ 임명합니다. ‘알음알음’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모두 임명하는 건 아닙니다. 위원장이 함께 일하고 싶은 믿음직한 사람들을 우선 추려내고, 인망 높은 분들한테도 추천을 받습니다. 그래서 풀을 만들고 ‘소그룹’ 논의를 통해 명단을 만듭니다. 인선 결과가 공개될 뿐, 과정은 보통 알려지거나 공개되지도 않습니다.

이번 ‘공개모집’은 달랐습니다. 기업의 공개채용처럼 인선의 절차와 기준을 정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안내했습니다. 당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모든 장애인 당원에게 문자로 알렸습니다. 서류 전형, 면접 전형을 각각 진행했습니다. 활동 경력이 많은 분도, 적은 분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큰일이 났습니다.

행정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한 순간

끊임없이 통화하는 봉한나 사무국장님

“이대호 사무차장님, 지금 정말 큰 일 났어. 다들 이 나이에 무슨 서류를 쓰고 면접을 보느냐고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야. 젊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위원장이 자기를 면접하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니까!”

좋아하지 않으실 분이 있겠거니 생각은 했습니다. 근데, 걱정과 항의 전화가 빗발치니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젊은 친구 한 번 믿고 뽑아놨더니 아주 어른 보기를 우습게 안다’는 여론이 생길까 우려가 됐습니다. 그러다 반감이 확산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부가 장애인 당원 사회에서 고립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우리의 대응은 ‘행정’을 버리고 ‘정치’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원장, 사무국장, 사무차장이 일일이 전화 돌려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읍소했습니다. ‘임명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원래 위원장 고유 권한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읍소했습니다.

“새로운 당원들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어 위원회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직력이 강해져야 장애인 정책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선배님! 제발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

초반에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나니 감이 잡혔습니다. ‘좋은 소식’은 문자로, ‘나쁜 소식’ 또는 ‘낯선 소식’은 전화로 했습니다. ‘사후 소통’을 줄이고 ‘사전 소통’을 늘렸습니다. 지원자 규모가 크다보니 전화를 정말로 수백 통 돌려야 했지만, 효과가 있었습니다. 반감과 항의가 0이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 누그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그간 활동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더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분들을 인선할 수 있었고, 연령과 성별의 다양성도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중년 남성 경증 장애인 위주’라 다양성이 모자라단 평가가 많았습니다. ‘알음알음’의 부작용입니다. 공개모집으로 부작용을 줄이니 조직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번에 새삼 배운 점은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엎드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 제기’로 끝내고 싶다면 싸우기만 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정말 결과를 내고 싶다면 반발하는 분들 앞에 엎드려 읍소할 준비가 되어야 겠더라고요. 그래야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개혁은 공동체를 사랑하는 사람의 특권이고, 사랑은 헌신과 희생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나 배움이 많은 활동인데, 아쉽게도 전장위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주에 말씀드릴게요.

봄이 완연해지는 요즘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