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야 하느니라
계단뿌셔클럽 (25)
얼마 전 친구에게 호되게 야단맞은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그날 이후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계단뿌셔클럽(SCC)’입니다. 저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디지털 공공재’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다른 일들은 아쉽고 죄송하더라도 포기하고, ‘계단뿌셔클럽’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걸려 온 전화 한 통
어느 날 서울에서 기초의원으로 일하는 친구 S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대호님, 전에 계단뿌셔클럽 그거 우리 동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죠?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 진짜 우리동네에서 그거 꼭 해야 할 거 같아!”
S는 이동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내거나 사업을 제안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동료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하는데, 이동권에 관심 있는 동료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캠페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계단뿌셔클럽을 떠올린 것입니다.
“봄에 새 시즌을 열 예정이니 당연히 가능하고 딱 기다려라!”고 말했는데 달력을 확인해보니, 이런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4월에 봄 시즌을 열 생각이었는데, 벌써 2월 중순이었습니다. 통상 두 달 정도를 준비하는데,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S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습니다!
이번 봄 시즌의 핵심은 ‘탈중앙화’
이번 시즌부터 ‘지부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이전에는 저를 비롯한 SCC 운영팀이 클럽 운영을 기획하고 파트너분들은 현장에서 멤버들을 만나 안내하는 역할만을 맡았습니다. 기획성 업무는 운영팀이 도맡았습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각 자부의 지부장이 지부 운영을 기획하고 지부원인 파트너들을 이끕니다. 지부로 권한을 보내 ‘자치’를 강화했습니다.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만났던 비영리단체 Cycling Without Age(CWA)의 창립자 올레 카소와의 대화에서 얻은 힌트입니다. CWA는 어르신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활동을 합니다.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의미한 활동입니다. 전세계 39개국 2,500군데에서 이뤄집니다. ‘39개국?’ 너무 놀라 어떻게 가능했냐고 물었습니다.
“탈중앙화야. 직접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하는 방법을 최대한 잘 설명해둔 뒤에 알아서 하도록 기다려봐. 사람들을 믿어야 해!”
4명의 지부장 16명의 파트너
SCC는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니까 저나 운영팀 동료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역량 이상으로 확장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전했지만 문제 해결력은 빠르게 커지지 못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탈중앙화의 성지이자 저의 고향과도 같은 논스에서 SCC ‘23 봄 시즌 파트너 데이가 열렸습니다. 서울 강남, 관악, 도봉, 경기 성남 4개 지부의 지부장, 파트너들이 오셨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꺼이 지부별 계획을 완성해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은 즐거워보였습니다. 클럽 활동 실습도 하고, 요즘 즐겨 보는 유튜브도 서로 알려주면서 아주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자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던 낙천적인 덴마크 아저씨 올레 카소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곧 SCC ‘23 봄 시즌이 열립니다. 이번 시즌은 4개 동네에서 동시에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4월에 시간 나실 때 한 번 놀러와 주실거죠?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다고요!
전 세계 계단을 다 뿌시고 싶은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