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구조조정 하던 날
[부탁 말씀: 7월 5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토론회 <권력형 성범죄: 안전한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 열립니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성폭력 사건을 회고하고 재발방지책을 의논하는 자리입니다. 동료들과 한 달 넘게 준비했는데요. 여기에 응원을 남겨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 편지는 지난 주에 보낸 공개서한 (1)에서 이어집니다 | 말씀드린 것처럼, 모빌리티 시장의 문제는 ‘독점’입니다. 최소 2~3개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동시에 서비스 품질 향상,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적응, 자율주행 시대 대비 같은 목표를 이뤄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도전, 군소 사업자의 성장이 있어야 독점이 해소됩니다. 이를 위한 저의 제안은 ‘면허대여배당제’입니다.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촉진하고, 면허 활용을 못하고 있는 법인운수사와 고령의 개인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입니다. 면허 총량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1. 카카오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모빌리티 시장은 (1) ‘배차량 공급 조절’이 어렵습니다. 우티, 타다 같은 도전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량으로 택시를 모셔 와 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신규 플랫폼에는 고객이 적습니다. 고객이 적기 때문에 기사님들은 신규 플랫폼을 기피합니다. 그래서 신규 플랫폼은 지원금을 걸고 택시 유치 경쟁을 합니다. 그런데 각자 판단하는 수만 명의 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막대한 돈을 써도 대규모 모집이 잘 안 됩니다.
타다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대규모 배차를 투입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기에 1,000대가 넘는 렌터카를 확보하고 플랫폼 노동자를 모집해서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들은 100% 타다 플랫폼 운행만 담당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카카오처럼 ‘부르면 오는’ 서비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개인택시 기사님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했다면 차가 잘 모이지 않고, 그래서 고객이 안 생기고, 고객이 없으니 모신 기사님들이 이탈하는 악순환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차별성 있는 상품 기획이 어렵다는 것도 한계입니다. 카카오와 경쟁하려면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택시 면허 제도는 규정이 자세하고 촘촘합니다. 창의적인 서비스 기획이 어렵습니다. 또 (3) 카카오가 구축한 높은 점유율 자체가 장벽입니다. 카카오를 쓰는 택시가 많으니 카카오가 가장 잘 잡힙니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 또한 경쟁 유인을 낮추는 장벽입니다.
2. 경쟁 유인을 만드는 ‘면허대여배당제’
원인 (3) 카카오의 높은 점유율은 기업 분할 같은 극단적 방법이 아니면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원인 (1) 배차 경직, (2) 상품 규제는 다릅니다. 모빌리티 기업이 배차 공급량을 지금보다 원활히 조절할 수 있도록, 상품의 차별성을 둘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이 뛰어들면 서비스 품질 향상,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택시 사업자들의 불리한 여건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면허대여배당제’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택시 면허를 가진 법인운수사, 개인택시가 면허를 ‘면허 은행’에 예치합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면허 은행’에서 돈을 내고 대여합니다. 단, 이때 대여한 면허는 기존 택시 면허가 아닙니다.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유연한 면허(TNC)여야 합니다. 대여가 이뤄지면 면허 소유자는 배당금을 받습니다.
지금도 쉬는 면허가 많습니다. 1월 기준 서울 법인택시 면허는 약 22,000개, 종사자는 약 20,000명입니다. 택시는 보통 2교대기 때문에 법인택시 절반 이상이 쉬는 중이란 뜻입니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님 53.8%가 65세 이상입니다. 고령화로 운행량이 적지만 여러 이유로 면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쉬고 있는 면허’를 예치해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유인을 느낄 분들이 있습니다.
유연한 면허가 생기고 단기의 대량 공급이 가능하면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도전해 볼 만합니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같은 경우 아예 기업이 구입해 활용할 수 없습니다. 택시회사를 사는 것도 어렵습니다. 재무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면허 은행’을 매개로 대량의 배차 공급이 가능하고, 유연한 면허로 상품 차별화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 도전할 기반을 갖출 수 있습니다.
아주 낯선 아이디어 같으실 수 있지만, 국토부도 면허대여제나 유연한 면허제도인 TNC 라이센스를 이미 검토했습니다. 그 논의에 블록체인의 ‘스테이킹(staking)’ 개념을 접목해 생각해 본 것입니다.
3. 도전자들에게 의견 묻기
대안 설계에 가장 중요한 건 스타트업들의 의견을 묻는 것입니다. 그들이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해 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정책과 제도를 바꾸어야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습니까?”를 물으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누군가 독점시장에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고, 카카오 역시도 장기적으로 도태될 것입니다.
타다는 지금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50%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타다금지법 이후 다양한 도전을 해봤지만, 독점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데에 실패한 탓입니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 시기라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박홍근 의원님. 저는 이 일에 분명 정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을'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오셨습니다. 그 마음으로 도전할 기회와 헌신해 온 직장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을 관심 두고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