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사건을 접한 동네 사람들 반응

산책 도시 (1)

서현역 사건을 접한 동네 사람들 반응

집에서 저녁 약속에 갈 준비를 하는데 사이렌 소리가 마구 들렸습니다. 무슨 영문인가 하는데, 속보 뉴스가 곳곳에 올라왔습니다.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집은 서현역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사건 현장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위해 매일 다니는 길목입니다. 약속 시간이 30분만 일렀다면 저는 사건 현장에 있었습니다.

얼마 전 벌어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공포심이 싸늘하게 밀려왔습니다.

성남시민들의 이야기

부상자를 수송하는 소방헬기

고등학교 친구 L은 아이를 기르는 아빠입니다. 사건 당시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울면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아빠가 무사한지, 서현역이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인지, 나쁜 사람은 잡혔는지, 경찰이 수갑을 단단히 채웠는지, 그리고 나쁜 아저씨가 영원히 감옥에 있을 예정인 건지  물었다고 합니다. 잘 달래주었지만 L은 전화를 끊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좀 보수적이잖아.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대체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는 편인데, 이번엔 달라. 요즘은 뭔가 성취해서 인정받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좌절과 분노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물론 좌절한다고 다 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지. 그렇지만 범죄자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전혀 해결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다른 동네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때만 해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가해자가 우리 동네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놀랐다”, “한 번 일어나고 지나갈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앞으로 반복될 우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내가 당선됐다면 달랐을까?

성남시의 발빠른 대응

지난 2월 태평동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두 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증금 500만 원으로 (남은) 월세를 처리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4월에는 정자동에서 다리가 무너져 40세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본인께서 운영하던 미용실로 출근하는 길에 당한 사고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서현역 사건까지, 비통한 죽음들이 있었습니다.

비극들을 접할 때마다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대호와 친구들은 지난 성남시장 선거에서 ‘오늘, 좋아하는 사람과 산책할 수 있는 도시’를 공약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까, 내가 성남시장이었다면 더 나았을까?’ 묻게 됩니다. 가난해서 죽고, 다리가 무너져 죽고, 무차별 살상으로 죽는 이웃들을 지킬 수 있었을까? 달랐을 거라는 자신이 사실 없습니다.

그저께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저녁 식사 자리에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쩌다 위와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당선돼서 권한이 있어도 비극에 미리 대처할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그랬더니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막지 못했더라도, 사후 대처가 다르면 된다고 생각해요. 잊어버리지 않고 해결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죠. 어떻게 미리 다 알고 예방해요?”

떠들썩한 희망

통찰력 있는 말씀을 듣고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정치인들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관한 논의를 유도하고 합의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니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 보자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제안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네 친구 H는 “칼부림 사건의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너무 거대해서 더 고민할 엄두가 안 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성남시민들은 ‘흉기 난동’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금세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엄두가 안 나면 오히려 무관심해집니다. 그러니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잘 ‘떠들어야’ 합니다.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 비단 전문가의 일만은 아닙니다. 어떤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많은 사회 구성원이 잘 이해하고 있다면 해결 가능성이 커집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부는 사람들이 요구하지 않는 일은 열심히 안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시민들이 관심 두고 떠들고, 합리적인 대안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다음 주에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온라인으로 1시간 정도 대화 나눌 분들 안 계세요? 사건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주제로요. 여기에 연락처 남겨주시면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