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군은 평생 계단뿌셔클럽에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까?

계단뿌셔클럽 (33)

이대호 군은 평생 계단뿌셔클럽에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까?

지난 편지에 소개했던 계단뿌셔클럽(SCC) 가을 시즌 크루(운영진) 모집이 조기 마감됐습니다! 10개 지부, 40명을 목표로 했는데요. 12개 지부 48명 모집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초반에 생각보다 모집이 안 돼서 초조했습니다. 목표를 낮출까도 고민했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마음 고쳐먹고 홍보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마음 써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크루 모집의 다음 단계 ‘원데이뿌셔클럽’으로 넘어갑니다!

와우산30과의 원데이뿌셔클럽

출처: 와우산30 인스타그램

와우산30은 마포를 근거지로 삼는 러닝 크루입니다. 서울 5대 러닝 크루로 꼽힙니다. 수십 명의 회원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요. 매주 화요일 저녁에 달립니다.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매번 순식간에 마감되곤 합니다. 마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와우산30에서 뛰고 싶어 많이 오신다고 합니다.

저는 젊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 뉴웨이즈와 와우산30의 공동캠페인 RUN THIS TOWN을 보고 와우산30을 알게 됐습니다. 이때 와우산30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들어가 보고 반했습니다. 건강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공동체의 안녕을 중시할 것 같은 인상을 저 혼자 마음대로 받아버렸습니다. 왠지 우리 계단뿌셔클럽을 좋아해 줄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 먹었습니다. 꼭 와우산30과 함께 계단정보를 모으는 원데이뿌셔클럽을 열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계단뿌셔클럽 ‘23 가을 정규 시즌은 본 시즌, 프리(이전) 시즌, 포스트(이후) 시즌으로 나뉩니다. 프리 시즌에는 수도권의 외부 단체와 하루짜리 클럽 활동을 여는 게 계획입니다. 마침 본 시즌에 마포에서 활동할 계획이니 꼭 성사시키고 싶었습니다.

“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입니다”

출처: 와우산30 인스타그램

살다 보면 예상 밖으로 일이 잘 풀릴 때가 있잖아요? 이번이 그랬습니다. 마침 SCC 회원인 친구  K가 와우산30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늘 사려깊은 K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연결을 해주셨습니다. 제안서를 열심히 만들어 보냈고, 금방 회신이 왔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이 다루는 이동 약자의 접근성 문제에 대해 전부터 관심이 있으셨다는 긍정적인 응답이었습니다. 오예!

수월한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토요일에 원데이뿌셔클럽을 했습니다. 먼저 합정역 주변을 달린 후 1시간가량 정복 활동을 했습니다. 문제가 하나 있긴 있었습니다. 요즘 갑자기 더워져서, 달릴 때 기온이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저는 행사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고 앞뒤로 더 달리다 보니 정말 땀이 줄줄 나고 숨이 턱에 걸더라고요. 달리기 끝나고 주신 게토레이가 어찌나 달콤했는지 모릅니다!

이번 원데이뿌셔클럽을 준비하고, 또 함께 달리면서 와우산30이 참 건강한 커뮤니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근자가 있는 회사처럼 협업이 가능하고, 세련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사 운영도 체계적입니다. 궁금해서 이것저것 여쭤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와우산30은 탄생한지 9년이 된 커뮤니티이고, 창립자 중 두 분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계단뿌셔클럽 9년 할 수 있을까?

원데이뿌셔클럽 기념사진

땀에 절은 채 돌아오는 길, 모른 척했던 저의 속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SCC를 얼른 성공시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일을 해내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와우산30이 9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반사적으로 ‘탄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가 되려면 계단뿌셔클럽도 오래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래 걸리는 걸 제가 마뜩치 않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계뿌클의 친구들과 이동 약자와 그 동행인에게 필요한 계단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 외에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그중에는 선출직 정치인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삶은 한정되어 있고, 최대한 많은 일을 하려면 SCC라는 페이지가 어서 넘어가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경계해야할 마음입니다. 빠른 성공을 통한 많은 기회에 대한 갈망이 지나치면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SCC가 목표를 이루려면 정교한 제품과 건강한 커뮤니티를 건설해야 합니다. 많은 시간이 들면, 기꺼이 치러야 합니다. 이번 판을 제대로 못 해내면, 화려한 기회를 얻더라도 진짜 성과는 내지 못할 테니까요.


해보고 싶은 일이 참 많은데 인생이 짧고 구부러져있네요. 가능한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습니다. 달리기도 자주 하고, 선크림도 매일 바르고, 자주 웃고 떠들어야겠어요. 귀하께서도 그렇게 해주세요!

다양한 모험을 신나게 함께 하고 싶은 당신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