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님의 퇴사

계단뿌셔클럽 (35)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님의 퇴사

사부작사부작 계단뿌셔클럽(SCC) 봄 시즌을 계획하던 2월의 일입니다. SCC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박수빈 공동대표님이 할 말이 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느닷없는 진지함에 약간 긴장이 됐습니다.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요?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어요?

진지한 티타임

“여러 회사를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계단뿌셔클럽만큼 흥미로운 문제를 푸는 회사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계뿌클을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본업으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혼자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호님과 같이하면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정치 활동 계획이 정확히 어떻게 돼요? 내년 총선에도 출마할 계획 있어요?”

너무 놀랐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이란 기획은 수빈 님의 아이디어였지만, 제가 졸라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디지털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기 때문에 계뿌클을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이고, 수빈님은 ‘도와주는 사람’ 같았습니다. 동료이지만 잘 보여야 하는 ‘손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수빈 님 눈치를 살폈습니다. SCC는 수빈님의 제품 기획 역량 없이는 안 되는 프로젝트거든요. 그만 두시면 곤란하니, 가능한 부담 없이 재미있게 하실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근데 어느새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요. 수빈 님이 저만큼, 그 이상으로 주인의식을 갖게 됐으니까요. 결국 저희는 진짜 ‘공동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번듯한 회사로 성장시키기

매출을 내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중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해볼까 하는 생각은 파도가 쓸고 간 해변의 낙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명백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폭발력 있는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을 위한 ‘계단정보 서비스’라는 쓸모 있는 공공재를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꿉니다. 이동권 향상에 공감하게 됩니다. 공감대가 넓고 두꺼워지면 정치와 기업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세상이 변합니다.

그때부터 각자의 진로 계획을 조율했습니다. 당시 저는 계단뿌셔클럽 외에도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빠지고, 없애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빈 님은 퇴사 시점을 정했습니다. 논의해보니 당장 퇴사를 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가을 무렵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주 마침내 수빈 님은 퇴사하고 전업 창업자가 됐습니다.

두 명이 상근직원으로 일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우선 목표입니다. 그래야 조직이 성장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당연히 돈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비영리단체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는 받지 못합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클럽 활동과 데이터를 판매해 매출을 내고, 계뿌클의 가능성과 진정성에 동의하는 후원자를 모으고, 여러 지원 사업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계단정보 다 모으면 그다음에는?

정복할 장소들이 아주 많네!

솔직한 대화를 통해 갈 길이 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SCC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는 워크숍을 며칠 동안 했거든요. 각자의 경제적 여건과 중장기적 계획도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현실적인 것들을 소상하게 공유하고 나니 그동안 묵혀 둔 숙제를 많이 털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 질문을 짤 때는 원온원노트의 콘텐츠를 잘 참고했습니다.

그런데 갈 길을 그리다 보니 먼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수십만 명의 클럽 회원이 생겨 계단정보를 충분히 다 모으고,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계단정복지도를 잘 사용하는 미래가 오면 계단뿌셔클럽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주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기준, 200,000개 정도 모으면 역세권 편의시설은 끝납니다. 몇 년 안에 문제를 꽤 풀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다른 뿌셔클럽의 탄생을 촉진하는 일로 나아가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기술과 커뮤니티의 댄스스포츠입니다. 사람만 있어도, 기술만 있어도 문제해결에 닿을 수 없지만 둘이 손을 맞잡고 움직이면 근사한 춤이 됩니다. 우리가 만약 성공 사례가 된다면, 다른 비슷한 문제를 풀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계단뿌셔클럽 ‘23 가을시즌 멤버 모집이 시작됩니다. 신발 끈은 질끈 묶고 달리는 첫 시즌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SCC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가장 먼저 모집 소식을 보내드릴게요!

허겁지겁 막바지 시즌 오픈 준비 중인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