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100명 모집한 비결
계단뿌셔클럽 (37)
계단뿌셔클럽(SCC) ‘23 가을시즌이 절찬리에 진행 중입니다. 총 5주 중에서 2주가 지났는데요. 2주간의 성과를 분석해 보니 특징이 있습니다. 과거 시즌에 비해 ‘돈’이 덜 드는데, 그에 반해 모집은 더 잘 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인스타그램 광고, 너 왜 그래!
크루 모집을 넘겼더니, 가장 큰 걱정은 멤버 모집입니다. 400명을 주말에 2시간 걷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지난봄 대비 약 3배쯤 되는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두고 모집 전략을 세우는데, 솔직히 ‘각’이 잘 안 나왔습니다. 목표는 3배가 된 만큼 예산도 3배가 되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우리의 삶에 그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SCC가 멤버를 모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유’입니다. 크루(운영진)가 친구를 초대하거나, 이런저런 단톡방, 개인 SNS, 각종 게시판에 초대장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혹은 SCC와 협업했던 팀들이 홍보를 도와주는 사려 깊은 일들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광고’입니다. 인스타그램 등에 돈을 내고 홍보하는 방법입니다. 둘을 병행해 왔습니다.
둘 중 좀 더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쪽은 ‘광고’입니다. 돈을 쓰면 늘거든요. 근데 인스타그램 광고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전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SCC도 봄 시즌에 경험했습니다. 전에 비해 같은 인원을 모집하는 데에 더 큰 비용을 썼습니다. 이번 시즌 예산은 사실 봄 시즌 예산과 같은데, 3배의 모집을 어떻게 하죠?
전략 수정
마케터 동료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1) 재밌는 영상 형식의 광고 콘텐츠 만들어 보기
(2)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광고 채널 발굴하기
(3) 가을시즌이 열릴 지역의 단체들과 협업해서 사전 홍보하기
(4) 기존 멤버의 재참여를 이끄는 이벤트 만들기
(5) 크루(운영진)가 주변에 알리기 등입니다.
이 중에서 (1), (2)는 포기했습니다. (1)은 ‘해내면 좋지만, 우리가 잘할 수 없는 일’입니다. (2)는 불확실성이 컸습니다. 써보지 않으면 저렴하고 효과적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 같은 광고 채널들의 단가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10배쯤 비쌌습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건 거의 없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자연히 (3), (4), (5)에 집중했습니다. 와우산30(마포), 껴울림(용산), 소라무늬(은평), 모해(성북) 네 곳과 협업해 원데이뿌셔클럽을 열었습니다. (4)를 위해서는 기존 멤버만을 위한 이벤트를 궁리했습니다. 특별 대우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러나 다른 신규 멤버들이 위화감을 안 느끼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5)를 위해선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부담 줄 결심
모집 개시 이틀 만에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340명을 넘었습니다. 이 추세면 이번 시즌 목표인 400명을 달성할 것 같습니다. 이 중 80%는 말(공유), 20%는 돈(광고)으로 달성했습니다. (3), (4), (5) 모두 성과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5), 크루의 주변 홍보에서 나옵니다. 모집을 소수 운영팀의 일이 아닌, 50명 크루 모두의 일로 전환한 결심이 주요했습니다.
이전 시즌까지 모집은 SCC 운영팀 마케터들이 전담했습니다. 크루는 클럽 활동 현장만을 책임졌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미리부터 공유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는 사실 좀 겁이 났습니다. 주변에 뭔가 홍보하고 참여를 권하는 일, 부담스럽잖아요. 재밌는 활동인 줄 알고 왔는데, 부담되는 과제를 요구받으면 자칫 불쾌해 떠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가을시즌 목표를 ‘아무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이루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예산으로 3배의 인원을 모집해야 했으니까요. 이럴 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꺾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의 명분을 최대한 곱게 다듬어 설명하고, 함께 이뤄낼 성취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보여드리며, 동참해주심에 고마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계단뿌셔클럽 커뮤니티의 성격이 무엇이어야 할지 고민과 논의를 자주 합니다. ‘보람과 기쁨만 있는 관계’가 아니라 ‘힘든 일을 함께 의지하며 해나가는 관계’여야 문제를 비로소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부담드려도 함께 해주실지 여전히 겁 나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