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공장

계단뿌셔클럽 (38)

벽돌공장

계단뿌셔클럽(SCC)을 하면서 갖게 된 관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벽돌공장식 문제해결’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제 생각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유용한 관점인데요. 남들이 보기에도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한 번 저의 ‘벽돌공장’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바위산 VS 벽돌 만 개

사진: UnsplashFlorian Urigüen

저는 사회문제가 동네에 있는 커다란 바위산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지만, 그걸 가루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단한 각오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누가 벽돌공장을 지어 바위산을 만 개의 벽돌로 쪼개고 나눠서, 벽돌을 시간 날 때마다 가루로 만들자고 하면요? 많은 사람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비유하자면 벽돌공장입니다.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계단정보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문제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개인이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나눠주는 일이 SCC의 역할입니다. 계단정복지도 앱과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는 클럽 활동, 이 둘의 조합은 누구나 약간의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벽돌공장식 문제해결의 특징은 사람들의 ‘평범한 선의’도 문제해결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퇴사하고 비영리단체를 차리거나 인생을 걸고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고 해결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이 가진 선의는 계기를 못 만나면 아깝게 증발하는데요. 벽돌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보통 사람도 문제해결사가 될 수 있습니다.

장점 1: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정치의 사례 <모두의 1층>

정치인들에게 어려운 질문 하면 “폭넓은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는 거 보신적 있으시죠? 비겁한 답변 같지만 실제로 사회적 합의는 정치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유권자 다수의 합의된 요구가 있다면, 정치인들은 그것을 공약하고 당선되어 약속을 이행하게 됩니다. 마치 소비자의 요구가 크면 그것을 공략한 제품들이 쏟아지는 것처럼요.

벽돌공장식 문제해결은 많은 사람을 문제해결사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것은 곧 그 문제해결을 바라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문제해결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 전체의 인식도 개선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1,000만 명이 계단뿌셔클럽을 거쳐 간다면 SCC가 별다른 노력하지 않아도 기업, 정부, 정치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다수가 바라는 변화는 잘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난 무리한 정책과 제도는 선거 결과나 여론의 변화에 따라 뒤집어집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정치권력을 획득해 파격적인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려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벽돌공장식 접근은 여론을 바꾸는 데 유용합니다.

장점 2: 역할의 독점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텍사스

평범한 직장인 장 선생님은 DDP에서 열린 ‘유니버셜 디자인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세미나의 여러 강연 모두 유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디자이너가 아닌 자신이 동참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았는데요. 계단뿌셔클럽 이야기를 듣곤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네!”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부의 독점보다 역할의 독점이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수의 천재 엔지니어가 프로그램과 로봇을 활용해 많은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으로 조금씩 변합니다. 이때 생기는 부의 불균형은 강력한 재분배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역할이 없어 삶의 의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많은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사회 구성원 전반의 생활을 낫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소수의 사람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은 권태롭게 살아가는 세상은 분명 디스토피아입니다.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역할을 나누는 방법을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저의 벽돌공장 이야기가 혹시 솔깃하셨나요? 여러분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혹시 벽돌공장식으로 해결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고요? 만약 그렇다면 직접 한 번 경험해 보세요. 계단뿌셔클럽 가을시즌이 단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귀하의 동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