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에 완성하는 정치개혁

연동형 비례제

40일에 완성하는 정치개혁

중요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국회에서는 선거를 어떤 규칙으로 치를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규칙에 따라 다음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될 수도 ‘싸움만 하는 국회’가 될 수도 있거든요.

왜 맨날 이상한 싸움만 할까?

정치개혁과 무관한 고양이 사진

다수의 국민이 기대하는 국회, 정치의 모습은 명확합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국회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여야가 서로를 향한 증오를 쏟아내고 비난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다루는 문제도 기후위기, 저출생, 경제적 불평등 같은 의제가 아니라 어떤 인물에 대한 찬반, 정당성 따지기가 대부분입니다.

정치인들이 이상해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 당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해도 상대편이 더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잘못과 실책이 고스란히 우리의 이익으로 반사되어 돌아옵니다. 내가 잘하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을 못 하게 만드는데 몰두하는 이 구조, ‘반사이익 구조'라고 부릅니다.

‘반사이익 구조'에서는 ‘내가 잘하기 위한 노력'보다 ‘남을 깎아내리는 노력'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잘하기 노력'은 오래 걸리고 성과도 불투명하지만, ‘깎아내리기 노력'은 쉽고 빠르고 확실합니다. 상대가 나를 깎아내리며 빠르게 점수를 올리는데, 나만 잘하기 노력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게임에서 지고 권력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돌격'합니다.

아니, 반사이익 구조가 어떻게 가능하지?

반사이익과 별 관계 없는 가을 하늘

그런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반사이익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예를 들어 과자 회사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나요? 이것을 눈치챈 사람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과자 스타트업을 만들어 새로운 과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그럼 결국 낡은 과자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그렇게 안 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쟁자가 사실상 참여할 수 없도록 선거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253석이 새로운 정당이나 신인의 도전이 어려운 지역구 의석입니다.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 47석 대부분도 양당의 몫입니다. 스타트업 정당이 처음에는 한두 석으로 시작해 성과를 내 성장하는 기획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창업, 도전을 어렵게 해두었습니다. 그러니 기성 정치인의 경쟁자가 될 사람들이 경쟁자가 되지 않고 취업해 부하직원이 됩니다. 아니면 줄 서는 정치를 하기 싫어 다른 분야로 갑니다. 그에 따른 이익은 모두 우리 당과 국민의힘의 주류에 돌아갑니다. 양당의 주류가 욕은 많이 먹지만 도태되진 않습니다. 주류가 권력과 자리 잃기 어렵게 만든 일종의 카르텔 시스템입니다.

대안은 연동형 비례제

선거와 관계 없는 길 거리 사진

여러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대안이 있습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총선 직전에 국회는 ‘연동형 비례제'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47석 비례대표 의석은 거대 양당이 차지하지 말고, 다른 당들이 가져가게끔 하는 제도입니다. 그때 만든 규칙을 그대로 유지하면 내년 총선에서 양당의 비례대표 몫은 0석입니다. ‘입사'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창업'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집니다.

연동형 비례제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는 부작용이 생겨 취지가 왜곡됐습니다. 거대 양당이 무늬만 다른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정당에 돌아갈 몫을 가져왔거든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많은 비판이 있어 똑같이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제 이전의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입장은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도부는 못 이긴 척 국민의힘과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합의해 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정당, 새로운 정치인들과의 경쟁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우리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일이겠지요?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탄희 국회의원은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영상을 한 편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간 나시는 분은 한 번 살펴보세요.

곧 결정될 선거법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리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