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안 팔기로 한 김밥집 이야기

논평 (2)

김밥을 안 팔기로 한 김밥집 이야기

식사를 하러 김밥집에 가기로 했을 때 여러분이 떠올리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김밥, 라면, 여기에 아마 돈가스 정도를 더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가보니 사정상 김밥, 라면, 돈가스를 메뉴에서 다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그럼, 그곳을 김밥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이야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3대 메뉴

출처: 더불어민주당

첫째, 특권과 차별, 불평등 없이 모든 사람이 기회를 갖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한다. 둘째, 모든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고 감염병, 기후변화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를 실현한다. 셋째,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을 보장하며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포용 사회를 실현한다. (더불어민주당 강령 중에서)

여러분은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아마 의견이 다를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 진보, 보수의 구분이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도 많습니다. 제 생각에 민주당은 중도진보 정당을 표방합니다. 위 강령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렇습니다. 보편 복지, 사회적 약자의 권리, 평등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중도진보 정당이라면 최소한 세 가지의 메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 축소, 인권 보장, 연합정치입니다. 불평등 축소는 경제적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경제정책으로 구현됩니다. 인권 보장은 모든 시민을 차별과 폭력으로 부터 보호하기위한 노력을 의미합니다. 연합정치는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정치제도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메인 메뉴 두 개 삭제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기 위한 전당원투표

저는 우리 당이 두 개 메뉴를 이미 메뉴판에서 지웠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 축소'에 무관심하고, ‘인권 보장'을 포기했습니다. 모든 정책과 사업에서 불평등의 축소와 인권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용히 진행되는 개별 정책, 예산 중에는 불평등을 줄이고, 인권 보장에 기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는 거꾸로 가는 선택을 반복합니다.

작년 연말 지도부가 추진한 ‘서민 감세'는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정당이 맞는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 대표적 사례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세금을 너무 깎아서 세수 펑크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소득세 인하를 추진했습니다. 불황이 깊어져 위기에 처한 시민들이 늘어나는데 세금을 줄이면 정부 정책을 축소해야 합니다.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지는 결정입니다.

‘인권 보장'은 더 심각하게 무너졌습니다. 반복되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시민들은 민주당을 더 이상 ‘약자를 보호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응은 더 처참했습니다. 책임 있는 이들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고, 측근들이 가해자의 편을 드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제 민주당은 성폭력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당이 됐습니다.

마지막 대표 메뉴 폐기 예정

출처: 더불어민주당

제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된 까닭은 김밥, 라면, 돈가스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김밥과 라면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면 김밥과 라면을 복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직 돈까스가 남아있잖아요? 돈까스, 즉 연합정치를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우리 당 지도부는 돈가스를 꼭 팔아야 하느냐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선거법은 ‘연동형 비례제'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47개의 비례대표 의석을 거대양당이 소수정당, 신생정당에 양보하는 제도입니다. 일종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제도입니다. 이걸 폐기하고 양당이 9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과거의 제도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당을 이끄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손해가 될 거 같으면 불평등 완화도 포기하고, 고통받는 사람도 모른 척합니다. 이제는 “약속한 걸 다 지켜야 하냐면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밥도 라면도 이제는 돈가스도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곳을 김밥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여기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선거법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싶으신 분은 선거법 눈알 👀 감시단에 동참해 주세요!

김밥집 매니아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