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득권 vs 한국 기득권

대만 총통 선거 관전기 (2/3)

대만 기득권 vs 한국 기득권

대만 총통 선거를 관전하는 내내 한국과 대만을 비교해 보게 되더라고요. 가장 흥미로운 비교 대상은 대만의 민주진보당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입니다.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주도했고, 여러 번 집권에 성공했다는 점이 아주 비슷합니다. 그런데 선거 과정을 구경하다 보니 눈에 띄는 차이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세대교체’입니다.

젊은 정치인이 많은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와 차이잉원 총통 직접 봤어요!

친구가 흥미로운 소식을 들려줬습니다. 투표 이틀 전날 저녁에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광장 같은 곳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대규모 최종 유세를 한다는 것입니다. 가면 대만의 정치 집회를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후보들은 물론, 현 총통인 차이잉원까지 온다는 것입니다! 유명 인사들을 실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유세 현장으로 갔습니다.

이 유세에 가기 전까지는 사실 선거의 열기를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길거리 유세도 거의 못 봤습니다. 그런데 민진당 최종 유세 현장은 아주 뜨거웠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인파가 녹색, 분홍색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40대, 50대가 많았고, 화려했습니다. 묘하게 더불어민주당 유세 현장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세는 3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방식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큰 무대에 정치인들이 올라와 연설하고, 다 같이 구호를 외칩니다. 이번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졌는데요. 그래서 입법위원 선거 출마자들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무대를 한참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정치인들 왜 이렇게 많지?”

세대교체의 시발점 ‘해바라기 운동’

태앙화 운동의 리더 린 페이판은 현재 민진당 정치인

유학생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만에는 젊은 정치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민진당 소속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대만에 젊치인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의 민주당과 민진당의 역사가 비슷하고, 주류 정치인들의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가 더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파고들다 보니 2014년 ‘해바라기 운동’에 도달합니다.

2014년 대학생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습니다. 이유는 당시 집권여당인 국민당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될 위험이 있는 상호 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체결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400여 명의 대학생이 약 20일간 점거 농성을 했고, 정부가 한발 물러나면서 농성을 풀었습니다. 당시 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폭발한 사건입니다.

이 운동이 ‘해바라기 운동’입니다. 점거를 끝난 뒤 이들은 정치 세력화에 나섭니다. 거대 양당이 중국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시대역량’이라는 정당을 창당했고, 2016년 총선에서 5명의 입법위원을 당선시켜 세 번째 정당에 등극합니다. 113석 중 5명이라 우리나라로 치면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도의 큰 성과입니다.

그냥 준 권력은 없다

젊은 정치인들의 합동 선거 홍보물

해바라기 운동, 시대역량의 등장은 민진당의 세대교체로 이어집니다. 민진당이 해바라기 운동과 시대역량의 핵심 구성원들을 영입해 선거에 내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주당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대만 민진당이 한국 민주당에 비해 다양한 세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착한 정당이어서였을까요? 제 생각은 ‘아마 그렇지 않다’ 입니다.

새로운 젊치인들이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서 당선된 시대역량 후보는 3명이었습니다. 이들이 출마한 지역에 민진당은 후보를 안  냈습니다. 큰 양보 같지만, 사실 3개 지역구는 모두 민진당이 거의 당선된 적이 없는 험지입니다. ‘어차피 안 될 곳’을 시대역량에 양보했는데 이들이 모두 국민당 거물들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이들의 경쟁력은 ‘젊음’만이 아닙니다. 국민적 공감대과 인정을 끌어낸 시의적절한 사회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이 이들의 경쟁력을 만들었습니다. 민진당이 이들을 영입하는 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입법위원 선거의 젊은 당선자 프로필을 살펴보면 실제로 해바라기 운동 출신이 많습니다. 기득권의 배려가 세대교체를 낳지는 못합니다.


대만의 세대교체에는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까 궁금했는데요. ‘결국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가 결론입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대만의 세대교체 비결을 아시는 분은 답장 부탁드립니다! 대만 총통 선거 관전기는 마지막 편은 안철수, 이준석, 홍준표를 섞어 놓은 듯한 대만 최대 화제의 정치인, ‘커피 아저씨 커원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 여러분 저 어젯밤 동파됐어요. 동파 조심하세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