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민주당의 중대 결단
드디어 더불어민주당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을 때 ‘병립형'이 아닌 ‘연동형'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문제라 여러 차례 말씀드린 적도 있는데요. ‘연동형’ 채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설명하겠습니다.
연동형 비례제 (feat. 위성정당)
지난 총선에 처음 해본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지 원래 하던 ‘병립형'으로 돌릴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총 300석 국회의원 의석 중 비례대표는 47석입니다. ‘병립형'은 47석 대부분을 거대양당이 가져가게 되는 규칙입니다. 다양한 후보, 정당의 등장이 어렵고 ‘사표'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비례대표만큼은 소수정당이 대부분 가져가게 되는 ‘연동형'으로 바꿨습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자신도 의석을 손해보는 연동형을 유지할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어제 ‘연동형을 유지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회에서 5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병립형으로 규칙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병립형을 원하더라도 연동형으로 이번 총선을 치르게 됩니다.
문제는 위성정당입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동형을 유지하겠다고는 했지만, 준위성정당인 ‘통합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거대양당이 소수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양보하는 효과가 없거나 적어집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연동형의 취지가 퇴색됐습니다.
정말 거대정당이 다 가져갈까?
준연동형 도입과 위성정당 탄생의 하모니로 치러진 지난 총선은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그 자체였습니다. 매우 실망했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나아지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도전자가 계속 등장하고 경쟁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연동형'에 찬성했고, 이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자 대선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또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니, 지난번과 똑같은 상황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정치인, 정당이 국회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개의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 민주당이 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소수정당에 의석을 양보할 수 있습니다. 둘째, 국민들이 위성정당 대신 취향에 맞는 제3당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뜻이 맞는 소수정당들과 ‘통합비례정당’(준위성정당)을 만듭니다. 민주당 지지율로 의석수를 추정하면 22석입니다. 이 중 몇 석을 소수정당에 양보하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유권자들이 위성정당 만드는 거대 양당에 실망해서 요즘 새롭게 태어나는 정당들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약 30% 유권자는 이미 민주당도, 국힘도 지지하지 않거든요.
지도부의 결단을 환영합니다
원래 선거 1년 전에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입장을 정하지 않아 계속 지연됐습니다. 그러다 최근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은 결정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일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에 이 대표가 “연동형을 유지하되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준위성정당을 만든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병립형 회귀'라는 최악을 피했다는 점, ‘준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 아니다'는 식으로 변명하지 않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비례대표 의석을 양보하는 건 어려운 결정입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최악은 피해서 다행입니다.
사회의 난제들을 풀어나가려면 정치권에 경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대양당이 반반씩 나눠 갖는 구조에서는 생산적 경쟁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벤처 투자 환경,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있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거대양당 밖의 도전을 촉진하는 연동형 결단을 환영합니다.
물론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디테일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최악과 다름없어질 수도 있거든요. 민주당이 생산적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는지 한 번 지켜봐 주세요!
더 많은 정치 도전을 기대하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