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눈부신 성장에 초조해진 대호

계단뿌셔클럽 (44)

동료의 눈부신 성장에 초조해진 대호

계단뿌셔클럽에는 두 개의 엔진이 있습니다. 하나는 커뮤니티 활동을 꾸려가는 ‘리더크루팀'입니다. 3월에 시작될 봄클럽 준비에 한창입니다. 다른 엔진은 ‘제품경험팀'입니다. 앱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 팀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 워크숍으로 출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의 초조한 마음은 ‘제품경험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불쑥 나타났습니다.

또 사람을 찾아야 한다!

곧 여기 채울 사람들도 찾아야 한다...

제품경험팀은 매년 3월에 새로 결성해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해 3월부터 11월까지 함께 계단정복지도 앱을 개발하고 디자인할 동료들을 찾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이고 저녁과 주말 시간을 할애해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1년에 시작해 벌써 네 번째 시즌입니다. 네 시즌째 함께 하는 동료도 있고, 중간에 합류한 동료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 제품경험팀은 8명입니다.

올해는 비상이었습니다. 저와 수빈님이 전업으로 일하게 되면서 할 일은 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할 수 없는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함께하긴 하지만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 작년만큼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동료도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한 명, 개발자 1~2명을 어떻게든 모셔 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터를 찾는 일은 소개팅 성공보다 어렵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회사보다 구성원들이 발휘할 수 있는 인내력의 한계가 낮습니다. 실력, 태도 어느 한 쪽이라도 잘 맞지 않으면 팀 전체의 역량이 대폭 떨어집니다. 게다가 자신을 찾는 곳도 많은 개발자, 디자이너를 찾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 지금 축구대표팀으로 아시안컵 우승하는 일보다는 확실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수빈 님이 너무나 멋지게 해냈습니다.

눈부신 성과

요즘 잘 나가는 박수빈

맨처음 계단뿌셔클럽을 시작할 때 수빈 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앱 기획은 제가 하면 되는데 같이 할 사람을 어떻게 찾죠?” 저는 그건 걱정 말라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수빈 님과 제가 함께 다니던 회사 동료들 몇 명을 꼬드기고, 저의 기존 친구들, 과거 동료 중에 찾아보면 팀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2021년 첫 번째 제품경험팀이 닻을 올렸습니다.

전통적으로(?) 사람을 찾는 건 제 역할이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별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생각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수빈 님이 나섰습니다. 제품경험팀 동료들에게 좋은 사람이 주변에 없는지 열심히 묻고, 주변 친구들, 과거 직장 동료들에게도 열심히 연락을 하더라고요. 공개 모집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헤드헌팅에 매진해 +2명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좋은 분들일까 걱정도 했는데 새 동료들을 만나고 안심이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개발자 H와 맥주에 닭꼬치를 먹었는데요. 왜 합류를 결정했는지 물었습니다. H의 기대를 정확히 알아야 그가 프로젝트에 기여한 만큼, 무언가 돌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직 알선이든, 개발 공부든, 소개팅이든 저는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잠깐 생각하던 H가 답했습니다.

“음… 진부한 이야기일 거 같은데… 좋은 일… 같아서요"

초조해진 마음

뒤에서 흑마법을 걸고 있는 이대호 (아님)

분명 처음에 수빈 님은 ‘사람 모으기'는 자신의 강점,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저의 역할이자 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수빈 님은 성장했습니다. 기꺼이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 연락 끊긴 친구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줄 수 있는 것도 사실 별로 없는데 믿고 함께 일할 동료들을 찾아낼 수 있는 출중한 스타트업의 대표가 됐습니다.

2024년에 앱을 함께 만들 멋진 동료를 찾는 건 제가 분명 간절히 바라온 일입니다. 그런데 온전히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는 기타리스트이고 수빈님은 보컬인데 수빈님이 저보다 수빈님이 기타를 잘 치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동료의 눈부신 성장의 기울기와 그 미분함수의 모양까지 너무 잘 아는 것은 존경스럽고 서운한 일입니다. 양가적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때 저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일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정말 그러고 싶은데, 나보다 엄청 뛰어난 사람들 주변에 왜 별로 없는 것 같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나 정말 뛰어난 사람들한테 배울 준비 돼있는데!' 그렇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자 저는 당황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가끔 친구에게 비슷한 고민을 들었을 때, 그때마다 “그거 너한테 복이야. 열심히 배우고 같이 성과 내면 되지. 그 사람이랑 관계도 좋다며? 현실을 받아들여. 그럼 성장할 수 있어!”라고 T처럼 말했던 것에 대해 조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존경한다 박수빈! 나도 더 열심히 할거야!
생각보다 속이 좁아 스스로 놀란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