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뿌클 운영자금 마련 방법
작년 가을, 계단뿌셔클럽의 창업을 결심하고 2024년 예산을 짜고 보니 한숨이 났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검색도 해보고, 비영리 스타트업 창업자분들께 조언도 구하면서 애를 써봤습니다. 그 결과,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금 조달의 4가지 방법
- 지원사업
- 개인 기부자 모집
- 기업 협업
- 수익사업
네 방법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은 기대되는 가치 창출의 시점입니다. 수익사업은 당장 가치를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정복지도 앱에 광고 배너 칸을 만들고, 이것을 다른 회사나 개인에게 판매하려면 광고 효과가 실제로 있어야 합니다. 가치를 바로 줘야 합니다.
반면 잠재력만 있어도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원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공익재단에서 비영리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많이 운영합니다. 당장 가치를 창출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지만, 초기 단계의 단체를 육성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지원사업도 있습니다. 잠재력이 있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 기부자를 모집해서 정기후원을 받는 방법, 기업과 협업해 기부금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원사업에 비해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가능하고, 수익사업에 비해서는 잠재력만 인정받아도 수월합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계단뿌셔클럽이 3년 차가 된 올해, 기부자 모집이나 기업 협업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 ‘인건비’
비영리 스타트업을 돕는 지원사업이 지난 10년 사이에 많이 생겼습니다. 정말로 감사하고 좋은 일입니다. 지원금도 적지 않습니다. 300만 원, 500만 원부터 6,00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초기 1, 2년은 여러 사업에 열심히 지원해 자금을 마련해서 운영비도 쓰고 사업비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아픈 문제가 있습니다. ‘인건비'입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인건비 사용 제한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원금 총액은 5,000만 원 중 인건비로는 1,500만 원까지 쓸 수 있는 식입니다. 아예 인건비 사용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사업비로만 써야 하는 지원사업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지원사업이 보통 더 엄격하고, 민간 재단에서 하는 사업은 좀 더 자유롭지만 30% 이상 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계뿌클이 써야 하는 돈이 100이면 인건비, 임차료 등 운영비 비중은 절반 이상입니다. 대부분의 비영리 스타트업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설비나 재료를 쓰는 제조업도 아니고, 구호 물품을 사서 지급하는 구호단체도 아니니까요. 계뿌클의 핵심 제품인 앱 서비스와 크러셔 클럽도 다 사람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인건비를 쓸 수 없다니, 다들 어떻게 해냈을까요?
독지가를 찾으세요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길래 먼저 해내신 분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두 유형이 있더라고요. 첫째는 ‘내돈내산’ 유형입니다. 창립자가 자기 돈을 창업한 단체에 기부하거나 투잡으로 번 돈을 기부하는 경우입니다. 운영비는 ‘내 돈’, 사업비는 지원사업으로 조달하면서 단체의 역량을 키웁니다. 창립자가 전문직이거나 재력이 있는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엔젤’ 유형입니다. 한 분이 “독지가를 찾으셔야 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창업자와 팀의 가능성을 믿고 수천만 원을 기부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듣고 수빈님과 머리를 맞대고 ‘엔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러 다녔습니다. 관심 있을 만한 분들께 찾아가 발표하고, 우리 팀에 기부할 만한 분을 소개해달라고 여기저기 부탁도 하고요.
‘내돈내산'과 ‘엔젤’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아주 부자가 아니면 계속 자기 돈으로 버틸 수 없고, 조언해 주신 분 중에 엔젤의 기부를 여러 번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내 돈과 엔젤의 도움으로 짧으면 1년, 길면 2년 정도 팀을 운영할 시간을 벌고, 그 안에 가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 기부자 모집, 기업 협업, 수익사업을 통한 자금 조달을 해내야 살아남습니다.
영리나 비영리나 결국 페달을 직접 밟을 줄 알아야 자전거를 계속 탈 수 있습니다.
계뿌클의 조달 방법은 ‘지원사업'과 ‘기업 협업'입니다. 작년부터 여러 사업에 응모한 끝에 브라이언임팩트, 아름다운재단, 아산나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CTR그룹-쏘카와 협약을 맺어 기부금 약정을 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사업을 숙성해온 3년이 있었고, 큰 운이 따라 가능했습니다. 어찌어찌 1년 정도 시간을 벌었으니 이젠 가시적 성과를 내야 더 뛸 수 있겠죠?
휴, 이것 참, 결승선이 계속 멀어지는 달리기 같아요!
땀 뻘뻘 흘리고 있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