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로부터 온 초대장

주한미국대사관 독립 기념일 리셉션 후기

미국 국무부로부터 온 초대장

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에 북아메리카 대륙 13개 주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채택합니다. 영국은 식민지 독립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식민지 주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합니다. 미국은 7년 만에 전쟁을 끝내고 비로소 독립을 쟁취합니다. 그리고 248년이 지난 올 해, 미국 독립 기념일을 맞아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는 국무부의 메일을 한 통 받게 됩니다.

미국 독립 기념일 기념 파티

이메일로 온 초대장

서울에서 열리는 미국 독립 기념일 행사에 초청하는 초대장이었습니다. 독립 기념일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중요하게 기념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파티가 열립니다. 독립 기념일은 미국에서 한 해 가장 많은 화상 환자가 발생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불꽃놀이'가 가장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기념 방법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때맞춰 국무부 산하에 있는 전 세계 미국 대사관이 각국에서 기념식을 엽니다. 대사관이 치르는 연중 가장 큰 잔치입니다.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 기업과 NGO 임직원들, 한국에 있는 다른 나라 대사들,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연예인 등을 1,000명 이상 초대합니다. 올해는 계단뿌셔클럽에도 초청장이 왔습니다. 어떤 연유로 초대장을 받게 됐느냐면?

미국대사관 공공외교과가 운영하는 Youth in Actio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공익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젊은 리더들을 연사로 초대하는 청소년, 청년 대상 강연 프로그램입니다. 연사로 저희 팀을 섭외해 주셨는데, 그렇게 닿은 인연으로 초대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대사관 각 부서 마다 매년 이렇게 관계 맺은 사람, 단체, 회사를 추려 초대장을 보낸다고 합니다.

참으로 성대하다

이날 참석자와 사진 찍어주는 NPC가 되어야 했던 대사님

연회는 성대했습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가장 큰 연회장을 음식과 사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의자, 테이블 없는 미국식 스탠딩 파티입니다. 참석자들끼리 인사하고 알아서 친해져야 했는데요. 평범한 한국인인 저희는 대뜸 말 걸고 놀기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도 많아서 성큼성큼 누비지 못하고 잘못 산 가구처럼 어색하게 우두커니 서 있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초대해 주신 대사관 직원 C 선생님께서 친절히 도와주셨습니다. C 선생님을 비롯한 대사관 직원분들은 ‘우리가 연 행사에 와주셨으니 최대한 여기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의 마음가짐을 갖고 계시는데요. 정말 성심성의껏 여러 사람을 소개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문제해결을 위해 협업해 볼 수 있는 분들을 알게 됐습니다.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겠다고 직원분들께 말했더니, 흥미로운 얘길 들려주셨습니다. 이 크고 중요한 행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고 합니다. 대사관 직원 중 자원자를 매년 모아서 TF를 꾸려서 치릅니다. 배정된 예산도 따로 없어서 경비 마련을 위한 스폰서 섭외부터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느슨한 방식으로 조직의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를 치른다니 놀라웠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의 해부

만나보고 싶었던 분을 만난 박수빈과 이대호

초대장을 받고는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언젠가 초대받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행사였거든요. 실제로 초대장을 받고 나니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참석해 보니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근사한 잔치였습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도 많고, 공간도 아주 멋졌거든요. 사실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밥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신나서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올렸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저나 제가 일하는 계단뿌셔클럽이 권위 있는 기관에서도 주목하는 존재라고 여겨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게시물을 올리고,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저 자신을 관찰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그 속에 담긴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 또 그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지 못하는 어떤 연약함까지 말이죠.

저는 이렇게 크고 작은 성취의 순간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기도 합니다. 많이 알아주고 인정해 줬으면 좋겠지만, 타인의 인정에 무심하며 좌우되지 않는 강인한 사람인 체하고 싶기도 합니다. 둘 다 ‘남의 인정’에 의존하는 생각입니다. 이럴 때마다 씁쓸합니다. ‘타인의 시선’보다 ‘문제의 본질’에 몰두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어떻게 해야 그런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고 현타 온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