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회로 돌리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 스타트업의 고충이고, 다양한 미래를 마음껏 꿈꿔볼 수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특권입니다. 요즘처럼 일에 치어 지칠 때는 계뿌클의 미래에 대해 희망회로를 돌리며 동료들과 수다 떨면 좋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을 상상 해보면 기분이 조크든요.

2028 LA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파트너

10년 전 이미 친구와 LA 답사를 다녀온 이대호

계단뿌셔클럽은 글로벌 진출을 꿈꿉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계단정보 없음’ 문제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 보편적인 문제라서 글로벌 서비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요. 둘째로 계뿌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실적 전략이기도 합니다. 국내로 한정하면 시장이 작지만, 글로벌을 겨냥하면 훨씬 시장이 크니 생존에 유리해집니다. 오히려 쉬운(?) 길입니다.

영어도 못 하는 게 글로벌 진출 어떻게 할 거냐고요? 참나! 촘촘한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근데, 2028년에 열리는 LA 올림픽-패럴림픽의 공식 파트너를 상상합니다. 올림픽-패럴림픽은 전 세계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 계단뿌셔클럽이 파트너가 되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막힘없는 이동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올림픽-패럴림픽에 방문하는 전 세계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을 위해 LA시가 ‘계단 없는 도시’를 준비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LA 시민들의 힘으로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우정을 발휘해 계단정복지도 앱에 정보를 모아둔다면 말이죠. 올림픽-패럴림픽에서 계단정복지도를 경험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생긴다면, 글로벌 진출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50만 유튜버 계단뿌셔클럽

90만 유튜버에게 상담을 받는 두 사람 (아님)

지금 계뿌클은 ‘지상전’을 합니다. 온라인으로 동료를 찾긴 하지만, 대부분의 활동이 오프라인 중심입니다. 특히 올해 봄 <크러셔 클럽>이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습니다.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료 수빈 님이 최근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공중전’입니다.

“우리 역할은 앞으로 점점 콘텐츠 PD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이르면 내년 서울정복이 1차 종료됩니다. 그다음에는 경기, 인천, 비수도권, 혹은 글로벌로 넓혀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지상전’은 서울 밖에서 어렵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곳곳을 정복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콘텐츠’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만약 계단뿌셔클럽이 50만 유튜버가 된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영상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계단정복의 재미와 의미를 알리고,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열어서 정복을 유도하는 것이죠. 근데, 유튜버가 어떤 목표를 잡고 구독자들을 설득해 오프라인상에서 행동을 유도해 성공한 사례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올림픽-패럴림픽보다 어려울지도…?

이동약자 국토부 장관 임명

세종시의 국토교통부

정부는 정책을 기획할 때 다양한 사람의 관점을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듣기도 하고, 개방형 직위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을 채용해 일하도록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의사결정자를 바꾸는 것입니다. 국토와 교통을 기획할 때 이동약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동약자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계뿌클이 국토부 장관을 임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동약자 국토부 장관 임명 확률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이동약자 관점에서 국토와 교통을 기획해야 고령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정복활동을 해보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지면 정부도 고민해 보게 될 것 같아요. ‘이동약자 장관 임명하면 국민들한테 칭찬받겠는데?’

계뿌클을 하면 할수록 ‘막힘없는 이동’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계단정보를 정확하게 모으고 잘 안내할 수는 있지만, 건물과 길을 고치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의사결정자를 바꾸고, 정부를 움직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계단뿌셔클럽의 크러셔들이 아주 많아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오늘 편지에 가을시즌 크루 모집에 참여해 주십사 호소하려고 했습니다. 가을시즌에 활동할 크루를 60명 넘게 모집해야 하는데 매번 쉽지 않거든요. 근데, 오늘(8일) 4일 만에 마감됐습니다. 편지 새로 쓰느라 아주 혼났지만, 모집 너무 잘 되어서 아주 기쁘네요. 다,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이 기세로 LA 패럴림픽, 유튜브 골드 버튼, 이동약자 장관까지 레쓰고!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