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애절한 부탁을 첨부하였
답하기를 미루고 미뤄온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 편지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의 목적은 무엇인가’입니다. 이번 명절에는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을 다시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왜냐고요? 아실 수도 있는데…
이놈아! 죽비 맞아라!
며칠 전 훌륭한 친구 P를 만났습니다. P의 훌륭한 점은 여러 가지인데, 제가 그중 으뜸으로 생각하는 면은 이 편지를 초기부터 꾸준히 읽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사를 나눈 후, 어쩌다 편지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P가 대뜸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대호님, 요즘 뉴스레터 주제가 좀 널뛰는 것 같네요? 나 F45 이야기 읽고 나서는 구독 취소할까 고민했잖아~”
또 한 번 죽비를 맞은 듯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P만이 아니거든요. 얼마 전 다른 친구 H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H도 초기부터 편지를 꾸준히 읽고 있는데, ‘지금 뉴스레터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해도 정체성이 모호해졌거든요. ‘연재물’의 성격이 많이 약해졌고요.
한 달 전 친구 K에게 들은 이야기에는 약간 상처를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K가 편지를 잘 읽고 있다고 하기에 고민이 많았던 저는 반색을 하며 물었습니다. “형은 왜 읽는 거야? 어떤 점이 유익하거나 재미있어?” 힌트를 찾고 싶었던 제게 K는 말했습니다. “그냥 너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는 건데? 너를 아니까 재미있지, 모르는 사람이면 안 보지 않을까?ㅎㅎ”
정체성 혼란의 이유
연재 초기와 상황이 아예 달라졌고, 달라진 상황에 맞는 명확한 주제를 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4월 시작한 이 편지의 최초 제목은 <이대호의 정치도전기>였습니다.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90년생 회사원의 경험을 소개하는 연재물이었죠. 명확한 정체성이 있었고, 이어지는 줄거리가 있었습니다. ‘선거 출마’라는 독특한 경험을 다루다 보니 신선한 얘깃거리가 많았고요.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현실 정치에서 멀어지고, 제가 계단뿌셔클럽에 집중하고 다른 일들을 다 그만두게 되면서 목적을 수정하게 됐습니다. 4월에 길지 않은 고민 끝에 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을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으로 바꾸고,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담기로 합니다.
- 우정과 기술로 사람들을 설득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 모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진솔한 반성
- 사고의 확장이나 용기를 주는 준 책, 영화, 드라마 소개
-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정치 이야기
당시에는 저런 내용을 담으면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날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쓰다 보니 제가 봐도 모호했습니다. 방향이 모호하니 어떤 내용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감의 고통이 심해졌습니다. 또 계단뿌셔클럽 뉴스레터 <뿌클레터>에 계뿌클의 재밌는 경험을 쓰게 되면서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에 쓸 거리가 줄어든 것도 어려운 점입니다.
부탁: 여러분의 응답이 필요해요!
계속 쓰고 싶습니다. 매주 한 번 편지를 써서 보내는 일은 분명히 저의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을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도록 해서 사고력을 길러줍니다.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게 되어서 추억을 생생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사려 깊은 여러분과 댓글, 답장으로 소통하며 큰 격려와 기쁨을 얻습니다.
제게 큰 유익이 있는 만큼, 읽는 여러분 입장에서도 읽는 이유가 분명한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기획을 다시 해야 합니다. 사실 뭔가를 바꾸면 누군가는 실망할 것 같아 고민을 미뤄왔어요. ‘나는 그 얘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그걸 앞으로 안 한다고요? 실망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 수 있잖아요. 보이지도 않아서 더 무서운 실망 때문에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이제는 용기를 냅니다. 긴 연휴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다른 사례들도 찾아보고, 가장 중요한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고 분석해서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을 다시 기획합니다. 좋은 기획을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분의 의견이 꼭 필요합니다. 잠깐 시간을 내 아래 설문에 응답해 주시겠어요? 응답해 주시면 더 흥미진진한 편지로 보답하겠습니다. 꼭 부탁드려요!
신중한 기획을 위해서 한 주 쉬어가도록 할게요. 2주 동안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을 다시 기획해서 9월 29일에 다음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추석 연휴 보내셔요!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