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더 생각해 볼게요

여러분, 연휴 잘 보내셨어요? 저는 추석 연휴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4박 5일 동안 팽이처럼 팽팽 놀다가 잘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을 어떻게 새로이 기획하면 좋을까 고민도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주일 더 생각 좀 해볼래요!

독자의 페르소나

설문조사 결과 요약

무려 스물여덟 분이나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 꽤 여쭤보는 것이 많은 ‘구독자 설문조사’에 아주 상세히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설문조사로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여러분이 누구인가였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바람이 있고, 이 편지를 왜 읽으시는지 알면 기획의 기준을 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연령대는 30대가 약 80%로 가장 많았습니다. 성별은 남성과 여성의 수가 비슷했습니다. 활동 분야나 직종은 다양했습니다. 문화 예술 분야, 연구자, 스타트업, 임팩트 생태계에서 일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고민, 즐겨보는 콘텐츠도 여쭤봤는데요. 관심사를 두루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에는 일, 진로, 자아실현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콘텐츠 추천은 정말 다양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이 태반이더라고요. 여기서는 어떤 경향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 저만 보기 아까워 맨 아래에 그 목록을 붙여두겠습니다.)

관심 있는 사회문제는 정말 다양했습니다. 기후 위기, 여성 인권, 전세 사기, 연금 개혁, 세대 간 부의 재분배, 딥페이크, 저출생, 자립 준비 청년, 장애인 권익, 부동산 가격 등입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세요’에는 격려와 응원이 많았고, 세심한 조언과 예리한 비판들도 있었습니다. 이상의 설문조사로 저는 독자 여러분의 페르소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고
  •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며
  • 이대호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여러분의 제안들

그림책을 신중하게 보고 있는 이대호

새로운 기획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설문조사 응답과 이메일 답장으로 의견을 주신 분이 많았고요. 카카오톡으로 자세한 의견을 보내오거나, 마침 직접 만난 김에 기획 회의를 같이 해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기획은 온전히 제 몫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함께 열띤 고민을 해주셔서 솔직히 좀 놀랐고 아주 많이 감사했답니다.

‘친구들’의 기획안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그냥 이대로도 좋아
  • 정치, 사회에 대한 관점과 의견을 들려줘
  • 재미있게 보거나 읽은 책, 영화, 드라마 리뷰해 줘
  • ‘친구들’을 인터뷰하는 건 어때?
  • 비영리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험담을 연재해 봐

내적 갈등: 이 마음 vs 저 마음

그 와중에 계뿌클 가을시즌 시작

저는 지금 ‘니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와 유사한 ‘이 마음만 있냐! 저 마음도 있다!’의 상태입니다. 두 마음이 충돌하는 내적 갈등입니다. 하나는 ‘인기를 끌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편지가 인기를 끌어서 많은 사람이 구독하고, 저의 영향력이 커졌으면 하는 세속적 바람입니다.

그러려면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자주 써야 합니다. 조회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만한 걸 쓰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여러분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는 보답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공존합니다.

다른 마음도 있습니다. 즐겁게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쓰고 싶은데 조회율이 떨어질까 봐 안 쓴 이야기도 꽤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에 관한 생각, 재미있게 읽은 책 감상문, 시행착오로 배운 비영리 스타트업 창업 노하우, (제기는) 흥미로운 주변 인물 인터뷰 같은 것입니다.

즐겁게 쓰려면 다양한 주제를 그때그때 쓰고 싶은 대로, 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써야 합니다. 연재 주기를 격주나 월 1회 정도로 줄일 수 있겠죠. 동시에 조회수, 구독자 수에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오히려 풍요로워질 거라는 통찰을 나눠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갈 사람을 잘 보내주고, 방향을 못 잡을 때도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요. 저는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삶이 피폐해졌어요. 대호님에게 뉴스레터가 계속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이길 바랍니다.’


소통, 분석, 고민을 성실하게 한 것 같은데 결론을 못 내렸어요. 이 마음과 저 마음이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2주일 뒤에 결론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무리해서 결론을 내려볼까 생각했는데요. 아래 의견에 용기를 내 일주일 더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셔요!

‘어떤일을 하든 자신의 고민을 솔직히 풀어나가며 답을 구하는 것이 대호씨의 최대 장점입니다.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세요.’


부록: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 구독자 추천 콘텐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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