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우리나라 망하면 안 돼! (1)

한국의 미래

혹시 ‘우리나라 망할 것 같다’는 걱정 안 드세요? 요즘 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성장은커녕 지금 경제력도 유지 못 할 거란 비관론이 퍼집니다. 저도 사실 걱정이라 해결책이 없을지 찾아보는데요. 그러다 지금의 문제를 잘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한 편 읽게 됐습니다. 오늘은 이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설명합니다. 보고서 제목은 ‘한국의 미래’입니다.

한국은 ‘장기불황’에 진입했다

삼프로TV에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신한금융투자의 박석중 연구위원이 썼습니다. 흔히 증권사 연구소는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는 특정 기업 분석, 산업 분석 보고서를 주로 씁니다. 그래서 이 보고서가 나왔을 때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제목으로 증권사가 리포트를 내놓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고요. 또 많은 사람들이 나라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시기에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경제라는 것이 늘 나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순환’합니다. 좋은 시기(호황)와 나쁜 시기(불황)가 교대합니다. 그런데 ‘장기불황’이라는 건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지 않고 계속 나빠지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지금의 불황은 ‘참고 견디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장기불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구 고령화, 생산성 둔화, 산업 구조 변화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경제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장기불황’이 이어질 텐데요. ‘장기불황이 이어진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줄고, 그래서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직이 잘 되지 않고,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소비가 감소하고, 자영업자들은 같은 노력을 해도 더 적은 수입을 거두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다 원인이 있겠죠?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기업이 성장해도 개인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2) 한국 핵심 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3)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며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기업의 성장, 개인의 정체, 선순환의 파열

출처: 한국의 미래 (신한금융투자)

셋 중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1), 2)입니다. 다 설명하기엔 분량이 많아 저는 1) 기업이 성장해도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선순환의 파열에 관한 설명에 집중하겠습니다.

‘낙수효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을 받은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나서 경제 전반에 성장의 과실이 전파되는 선순환을 뜻하는 말입니다.

저자는 ‘선순환 고리의 파열’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 주요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개인들의 소비 여력도 비슷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출이 잘 되어도 개인들의 경제력은 같이 커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출이 잘된다고 소비가 늘어나는 자동적 관계가 아니라, 수출 이익이 임금, 배당, 고용 창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선순환이 파열된 이유

생일에 편지 쓰는 이대호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중에서 제가 주목한 건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증가’와 ‘한국인들의 부동산 사랑’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공장과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제조업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을 압박했습니다. 보조금도 주고, 규제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해 공장을 짓고 사람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러니 수출 대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한국인의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일이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2023년, 한국은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한 국가입니다.

‘부동산 사랑’과 선순환 해체도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이 돈을 벌면 재료비, 인건비, 이자 등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남는 돈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합니다. 국민들이 수출 대기업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기업이 배당을 하면 수출 증가가 개인의 소득 증가로 이어집니다. 대만은 이런 순환이 이뤄지는 나라라고 하는데요. 한국은 부동산 비중이 높아 주식-배당을 통한 순환고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또 한국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도 순환 고리 약화의 한 요인입니다. 기업들이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는 경향이 강해, 수출 실적이 가계로 이전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원인 분석입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어도 개인들의 소득과 지출이 늘지 않으니 경제가 잘 순환되지 않는 것이 ‘장기 불황’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원인이라면 기업과 개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의 복원’이 중요한 해결책이겠죠? 다음 편지에서 해결책을 설명 드릴게요. 이번에는 격주 말고 바로 다음 주에 보내드립니다!

이번 편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사실 생일이었는데요… 신나게 놀다 보니 그만…

35살 된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